<포럼>서비스산업과 고용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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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원/연세대 상경대 교수 경제학

현재 한국경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면 역시 고용 없는 성장일 것이다. 연간 성장률이 6%에 육박해도 이러한 성장이 고용창출을 유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득분배의 양극화 및 청년실업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는 한국경제의 기존 생산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가진 경쟁력은 주로 중화학공업 및 첨단 전자산업 등과 같은 자본집약적이며 기술집약적인 제조업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들은 그 속성상 성장을 해도 많은 고용을 창출하지 않으며, 고용을 창출한다 해도 숙련 노동자 및 기술자들에 그 효과가 국한된다. 그러므로 이들 산업에 의존해서는 고용없는 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대안이 바로 서비스산업의 육성이다. 금융·유통·물류·문화·의료·교육 및 관광산업과 같은 서비스업의 경우 그 속성상 자본과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이다. 또한 이들 산업들은 수출에 집중하는 제조업과는 달리 내수를 신장시킬 수 있는 장점들이 있다. 이와 같이 고용창출과 내수진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이지만, 아직까지는 이들 산업들이 제조업에 비해 그 생산성 및 경쟁력이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취약성 때문에 비록 그 필요성이 수없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도 서비스산업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이 같은 사실은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서비스산업의 무역적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서비스산업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가능성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문화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으며, 금융 및 관광산업 역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이 제조업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거 제조업 육성을 위해 시행됐던 산업정책에 버금가는 신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각종 감세 및 면세, 그리고 금융 지원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정책도 물론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업을 위한 신산업정책은 과거 제조업 육성에 사용된 산업정책과는 달리 규제완화와 개방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이제까지 금융을 비롯해 많은 서비스산업들이 제조업에 비해 낮은 생산성의 늪에 빠진 이유는 지나치게 많은 규제 및 보호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경쟁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와 보호가 걷혔을 때 한국 서비스산업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실례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한류 대중문화의 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완화와 개방정책을 쉽게 도입하지 못했던 이유는 기존 이해집단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이에 동조한 정치권의 행태 때문이다.

영세한 다단계 구조의 문제점을 지닌 유통 및 물류산업의 구조 개혁을 반대하는 기존 업자들, 문화와 의료 그리고 교육산업은 시장경쟁 원리로부터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들과 같은 요소들이 서비스산업의 개혁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나 한국 서비스산업은 정부의 보호 아래 국내에서만 안주하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서비스산업도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규제 완화와 개방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됐다. 이는 한계에 다다른 제조업 수출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보완하는 훌륭한 대안이며, 동시에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및 이머징 마켓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수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