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폭동 닷새째… 새로운 양상> ‘인종 갈등’으로 확산 조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영국 폭동사태에서 ‘인종갈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급부상하고 있다. 10일 버밍엄에서 폭동에 가담한 흑인 청년이 모는 차에 아시아계 3명이 사망하면서 아시아계와 흑인간 보복 폭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버밍엄뿐 아니라 경찰이 약탈을 수수방관했다는 비판 속에 런던 등 각지의 터키인, 시크교도, 무슬림 등 지역 주민들이 자경단을 꾸리면서 작은 충돌이 ‘대규모 인종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BBC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10일 아시아계 3명의 사망 사건이 버밍엄 아시아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파키스탄계로 알려진 하론 자한(19), 압둘 무사비(30), 샤자드 알리(32)는 전날 버밍엄에서 약탈이 벌어지자 이날 가게와 이슬람 사원을 지키기 위해 80여명으로 급히 구성된 자경단의 일원이었다. 이들은 버밍엄시 윈슨 그린에서 상가를 지키고 있던 중 흑인 청년이 모는 차량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한 파키스탄계 청년은 “(흑인 청년이) 고의적으로 똑바로 돌진했다”며 “복수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자한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인종간 문제가 아니다”고 밝히고 나섰고, 각 종교 지도자들은 이날 이슬람사원에 모여 “보복과 추악한 인종 갈등’을 자제하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지역 상권을 장악한 아시아계와 이에 불만을 갖고 있는 흑인간의 해묵은 갈등에 불을 붙이고 있다. 양측은 1981, 1985, 1991년에 유혈 충돌했고, 2005년에는 흑인 10대 소녀가 아시아 갱단에 의해 성폭행당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틀간 보복 충돌을 벌인 역사를 갖고 있다.

버밍엄 주민 100만명중 5분의 1이 대부분 파키스탄계인 아시아인이며, 7%가 흑인이다. 런던의 엔필드, 스톡 뉴잉턴 등에서는 터키계 수백명이 자경단을 구성했고, 시크교도도 자신들의 교회를 지키기 위해 자경단을 구성해 방범 순찰을 돌고 있다. 가디언 등은 이 같은 자경단 활동이 가난하고 인종과 종교 구성이 복잡한 지역에서 해묵은 인종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폭동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0일 런던을 비롯해 잉글랜드 중북부 지방에서 젊은이들의 방화와 약탈 등 폭력행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폭동의 진원지인 런던에서는 이날 이틀째 1만6000여명의 경찰관이 집중 배치된 가운데 방화나 약탈 등 폭력 행위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9일 밤 청소년들이 몰려다니며 방화와 약탈을 일삼았던 맨체스터, 버밍엄, 웨스트 브로미치, 레스터, 샐퍼드, 노팅엄 등도 상당수 상가들이 일찍 문을 닫아 차분한 모습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이틀 연속 비상각료회의를 열고 “영국의 길에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문화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