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이용자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등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이 훼손될 경우 콘텐츠 투자 환경이 위축되고, 인터넷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방송통신위원회가 11월 말까지 망 중립 정책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SK텔레콤·KT 등 인터넷 서비스업체(ISP)와 NHN·다음 등 콘텐츠 사업자(CP) 간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1월20일부터 망 중립성 규정을 세우고 발효하기로 해 FCC가 채택한 망 중립성의 세 가지 규칙이 한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을 통한 부하 발생(트래픽)에 대해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 인터넷주소, 사업자, 단말기 등의 모든 주체가 동일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ISP는 최근 스마트폰 등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며 현재 데이터 폭증 상황에선 더 이상 망 중립성을 지키기 어려운 만큼 CP들도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CP들은 망 중립성 원칙이 훼손될 경우 콘텐츠 투자 환경이 위축되고 망 중립성을 토대로 한 인터넷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소규모 영세 광고주들과 이용자 입장에서 부담해야 할 망 이용료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 FCC의 망 중립성 규정안의 핵심은 ▲투명성 보장 ▲차단 금지 ▲차별 금지의 3대 원칙이다. 차단 금지 원칙은 통신사들이 자의적 판단으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나 서비스, 콘텐츠를 차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고, 차별 금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특정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을 막거나 속도를 늦추는 행위를 통신사들이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득이 이러한 원칙을 어기게 될 경우 이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것이 투명성 보장 원칙이다.
11월20일 미 FCC의 규정안이 발효되면 ISP들이 의도적으로 영화 상영이나 음악 다운로드 등의 인터넷 서비스 속도를 느리게 할 경우 벌금을 내거나 경고를 받게 된다. 미국에서는 2000년 중반부터 망 중립성 규정안 도입 논란이 계속되다 지난해 12월 말 합의안이 통과됐다.
한종호 NHN 이사는 2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주최 망 중립 관련 포럼에서 이 세 가지 원칙에 서비스별 과금 금지와 최소 품질 수준 지정 등 두 가지를 더해 ‘한국형 5대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새로운 기기의 등장으로 트래픽이 폭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 콘텐츠업체 관계자는 “ISP들이 콘텐츠 사업자를 망 부하의 주범으로 여겨 투자 비용 분담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 매출을 키우는 인터넷 생태계의 동반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망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트래픽 폭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해법 차원에서는 새로운 요금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특정 수준까지 정액제를 유지하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이용자에 대해선 요금이 크게 늘도록 설계돼 있는 버라이즌 등 미국 통신사들의 데이터 요금제나 일본 NTT도코모의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 등이 참고할 만하다.
기술적 해법으로는 공동의 기술개발이 제시된다.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부담을 통신사에만 떠넘기는 게 아니라 정부 및 관련 사업자가 참여하는 기술 포럼을 발족해 트래픽 감소를 위한 기술 공동 개발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요구하는 DPI(Deep Packet Inspection) 기술에 대해서는 콘텐츠 사업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DPI 기술을 이용할 경우 누가 언제 어디에 접속했는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ISP들은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은 비용을 더 내고 망 부하를 유발하는 콘텐츠 사업을 하는 쪽도 당연히 비용을 내야 한다”(이석채 KT 회장),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까지 가세할 경우의 데이터 트래픽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하성민 SK텔레콤 사장)며 망 중립성 개념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아예 “망 중립성이라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 ‘중립성’이라는 단어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업 윤리에 부정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전문 연구기관, 학계 등이 참여하는 연구반을 구성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11월까지 망 중립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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