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침묵 66일째… 非朴 “우리 요구 X무시 당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들의 요구가 깡그리 무시되고 속된 말로 ‘개무시’당했습니다. 단순한 서운함을 떠나서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는 수준입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측 인사들은 경선 룰과 관련해 자신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 측이 현행 당헌·당규대로 경선 룰과 일정을 확정지으며 밀어붙이는 데 대해 비박 대선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은 “우리 요구를 안 받아준 것을 넘어 제대로 설명 한 번, 전화 한 통 없었다”며 분노하고 있어 향후 당내 갈등이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실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4월23일 기자들에게 “선수가 룰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뒤 66일째 침묵 내지는 무시로 일관 중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경선 참여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지사의 대리인인 신지호 전 의원은 27일 오전 CBS라디오에서 “캠프 내에서 대승적 결단을 해서 (경선에) 참여해 보자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참여하고 싶어도 최소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강자인 당권파 측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박근혜(사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지사나 다른 후보들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이렇게 해보자든가 일언반구도 없다”고 토로했다.

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소위 친박 의원들만 떠들어댔지 박 전 위원장이나 당 지도부는 진정성 있는 소통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 관계자는 “우리를 내쫓으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비박 측 공세도 이어졌다. 신 전 의원은 “이번 결정은 황 대표나 당 지도부의 결정이라기보다는 박 전 위원장의 결정으로, 박 전 위원장은 단순한 선수가 아니라 심판까지 같이 하는 분인 것 같다”며 “8·20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그야말로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경선이 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당을 국민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오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당 지도부는 이성 잃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내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인 심재철 최고위원도 이날 KBS라디오에서 “당 대표가 적극적인 대화의 자세가 부족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전반적으로 대세론에 취하고 있는, 대세론의 마취 효과가 전체 분위기를 잡고 있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