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안 부결 후폭풍… 서방 vs 중·러 갈등 증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표결에서 부결됨에 따라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서방세계와 중국, 러시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인권 및 아시아정책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가 러시아와도 유럽 미사일방어(MD)체제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안보리는 1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리아 제재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 표결에 참여한 15개 이사국 가운데 11개국은 찬성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파키스탄은 기권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제재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9개월 동안 이번이 세번째다. 코피 아난 유엔 아랍연맹 시리아 특사는 부결 직후 아흐마드 파우지 대변인을 통해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안은 영국이 제안한 것인데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 통과여부가 관심을 끌어왔다. 제재안에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열흘 내에 군대와 중화기 등 무기를 철수하지 않으면 국제 사회가 비군사적 제재에 들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재안은 평화 위협과 침략 행위 등에 대해서는 경제적 또는 무력적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유엔헌장 7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날 제재안의 부결로 시리아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정전협정 준수여부를 감독하기 위해 파견된 유엔 감시단의 장래는 불투명해졌다. 유엔 감시단의 임무 시한은 오는 20일까지로 별다른 추가결정이 없을 경우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안보리 표결 직후 “중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것은 실수”라면서 “시리아의 미래에 알아사드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고 그의 권력은 며칠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제재안 부결은 (시리아의) 상황을 계속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채택되지도 못할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 것이 잘못”이라면서 시리아 제재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제재와 외부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엔 헌장 7장에 따른 어떤 결의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리바오둥(李保東)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서방국가들이 결의안 채택을 위한 교섭과정에서 오만하고 경직된 자세로 일관했다”면서 부결 책임을 서방국가들에 돌렸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