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현장을 가다>묻고 답하는 ‘소통의 확장’ 배움의 공간, 교실을 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충남 청양군 남양면 남양초등학교 최종원(오른쪽) 교사와 학생들이 SNS를 선택, 일대일 소통을 하면서 다양하고 알찬 협업 수업을 진행해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남양초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충남 창양군 남양초등학교 ‘클래스팅’

지난 5월부터 현장을 통해 짚어본 대한민국의 스마트 교육은 의구심과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음에도 세계적 수준임을 확인했다.

섬 지역 학생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을 받을 수 있으며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수업 등 뛰어난 인터넷 인프라로 한국만의 미래 교육이 곳곳에서 구현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교사들이 앞장서서 스마트 교육을 고민하고 시행하는 일선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면서 대한민국 스마트 교육에 대한 기대도 한껏 높였다. 이러한 스마트 교육의 핵심은 ‘소통’이다. ‘스마트 교육’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기기에 몰두하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 현장에서는 이들 기기를 활용해 소통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자리하고 있다.

SNS는 일선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스마트 교육의 도구인 셈이다. 세계의 스마트 교육을 이끌어 가고 있는 우리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SNS 활용 교육을 시행하고 있을까.

◆한 마리 새가 가져다 준 넓은 세상과의 소통 = 강원 횡성군 서원초등학교. 자그마한 시골 학교인 이 학교가 SNS를 통한 스마트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서원초등학교의 스마트 교육은 아주 우연찮게 겪은 작은 경험에서 시작됐다. 2011년 5월 작은 새 한 마리가 교실 창가로 날아왔고 초등학교 4학년을 맡고 있던 황정회(39) 교사는 그 새의 이름이 궁금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그런데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조류전문가’로부터 ‘호반새’라는 답이 왔다. 이 작은 경험이 황 교사와 아이들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시골 마을을 벗어나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물론 황 교사가 찍어 올린 ‘호반새’는 최근 학교에 다시 날아온 같은 새를 찍어 아이들과 함께 직접 조사한 결과 ‘박새’로 확인됐지만.

이러한 경험을 한 황 교사는 당시 아름다운재단에서 제안한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에 착안해 ‘생산 활동과 직업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직업의 종류와 변화,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을 알아보는 과제를 제시했다. 학생들은 트위터를 통해 다양한 직업과 전문가들을 찾아냈고 전문가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게 됐다. SNS를 활용하다 보니 교사가 한 가지 해답을 제시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스스로 핵심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을 알게 됐다.

◆우리 반만의 수업 공간을 만드는 SNS = 충남 청양군 남양면 남양초등학교 최종원(37) 교사는 학생들과 일대일 소통을 위해 SNS를 선택했다. 클래스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급을 개설하고 알림장 같은 기본 기능 외에도 수업 후 배운 내용 한 줄로 정리하기, 3단어 요약하기 등의 마무리 학습 활동에도 활용 중이다. 또 수학 수업 후에는 무조건 한 가지씩 질문을 하도록 해 수업 내용에 대한 복습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했다. 최 교사는 협력학습을 위해 ‘원 노트’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도 했다. ‘벼 키우기’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자신이 직접 모내기한 벼의 성장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벼의 관찰일기, 글쓰기, 벼에게 인사 방법 공유하기 등을 통해 국어, 도덕, 과학 과목의 통합 수업을 진행했다.

◆독서교육에 도입한 웹 2.0 정신 = 서울 노원구 상계8동 동일초등학교 김현정(여·33) 교사는 독서교육에 SNS를 활용 중이다. 독서 후 독서기록장에 감상문을 적고, 교사가 이를 읽고 코멘트를 해주는 일반적인 독서교육에서 뭔가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교사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공유하는 SNS를 통해 독서교육을 할 수 있는 ‘소셜 책벌레 프로젝트’를 태어나게 했다. 책을 읽은 후에 좀 더 사고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유저스토리’라는 SNS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유저스토리’에 가입하면 아이들이 개인서재를 만드는데 이를 통해 친구끼리 독서 성향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교사나 학부모도 아이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개인서재뿐 아니라 그룹 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좋은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김 교사는 이 과정을 통해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배우며 책을 좋아하는 많은 일반인들과 연결되는 의외의 수확까지 얻고 있다.

◆교사들이 말하는 SNS 활용 교육의 주의점 = SNS는 분명 매력적인 소통 도구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교실의 벽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아이들의 SNS 사용에 목적과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현정 교사는 “SNS와 같은 스마트 도구들은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이들에게 부족한 방향성은 교사가 확실히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정회 교사는 “스마트 교육이 아이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고, 삶이 곧 앎이 되도록 지원하는 도구여야 한다”며 스마트가 주는 편안함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당부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