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몽골 테렐지 국립공원에 있는 거북바위에서 ‘2012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에 참여한 대원들이 호기를 한껏 뽐내고 있다.
바이칼,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오고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그리워한 곳
오래오래 꿈꾸어도
물결 소리 들리지 않으면
영혼이 머물 수 없는 곳
(신대철 시인의 시 ‘바이칼’ 중에서)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는 종종 한민족의 시원(始原)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바이칼 호수 가운데 있는 알혼(Alhon)섬은 샤머니즘의 성소(聖所)로 일컬어지며, 특히 몽골리언 샤머니즘의 발원지로 추정되고 있다. 육당 최남선은 ‘불함문화론’을 통해 바이칼 호수 일대를 한민족의 기원과 문화적 발상지로 제시했다. 이후에도 각종 연구에서 바이칼 일대 부랴트족과 몽골족, 그리고 한민족의 유전적 형질과 문화·언어의 동질성이 거론돼 왔다.
지난 7~14일 교보생명과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2012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은 바이칼호와 몽골 고원 일대에서 한민족의 시원을 찾는 일정을 가졌다. 남녀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우리 민족의 시원 바이칼호, 세계 최대 제국의 발원지 몽골고원에서 새로운 미래와 소통하라’는 주제 하에 치러진 이번 행사는 우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찾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몽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울란바타르 대학의 최기호 총장은 강연에서 “몽골족과 예맥족의 언어는 근본적으로 같은 계통”이라며 “이는 곧 선조의 언어가 같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또 “바이칼호의 알혼 섬은 동아시아 샤머니즘의 원천”이라며 “몽골족과 부랴트족, 한민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최 총장에 따르면, 우리말 ‘참’은 몽골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예컨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뜻하는 ‘한참’,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에 먹는 음식인 ‘새참’, 밤에 간식으로 먹는 음식을 말하는 ‘밤참’ 등에는 공통적으로 ‘참’이 들어간다. 그런데 ‘참’의 어원적 뿌리를 몽골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최 총장은 “‘참’은 원래 몽골어 ‘잠(jam)’에서 유래한 말로서 우리말로는 ‘길(道)’이라는 뜻”이라며 “원나라에서 이를 한문으로 ‘참(站)’이라고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몽골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버스, 선박 등을 갈아타며 찾은 바이칼호는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 이르쿠츠크와 부랴트 자치공화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바이칼호는 여러 가지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수심 1742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이며, 저수량 2만2000㎦로 담수호 중 최대 규모다. 남북 길이 636㎞, 최장 너비 79㎞로 면적은 3만1500㎢에 달한다. 특히 호수 안에는 모두 27개의 섬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큰 섬이 길이 72㎞의 알혼 섬이다.
육당은 ‘불함문화론’을 통해 알혼 섬의 부르한 바위를 한민족의 시원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만큼 동아시아 샤머니즘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영적인 에너지가 모인 곳으로 알려진 부르한 바위는 지금도 샤먼 의식을 치르기 위해 전세계의 샤먼들이 찾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신문수(충남대 1년) 군은 “우리 민족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바이칼호와 몽골을 탐방함으로써 나 자신의 ‘뿌리’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최재리(서울교대 1년) 양은 “이번 대장정을 통해 앞으로 학생들에게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가르칠 수 있는 바탕을 쌓을 수 있었다”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새싹들이 동북아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바이칼 = 글·사진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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