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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00자 책읽기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21일(金)
정치학자가 체험한 도축장의 피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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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초마다 한마리씩 / 티머시 패키릿 지음, 이지훈 옮김 / 애플북스

미국 대규모 도축장에 위장 취업해 도축장의 일상과 면면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12초마다 소가 도축돼 포장육으로 깔끔하게 가공되는 곳에서 저자는 6개월여 ‘잔인한 작업 현장’을 직간접 체험했다. 미국서 도축 및 쇠고기 가공시설 규모로 상위 10위에 포함되는 그 회사에는 800여 명이 일한다.

그러나 소의 미간에 볼트를 박아 소를 기절시키는 단 한명의 노커를 포함해 도살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은 10여 명뿐이다. 인부의 대부분은 죽어 있는 소를 접하며 도살이라는 잔인한 행위를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이 맡은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한다. 저자 역시 처음 배정받은 일이 냉각실에서 라인을 따라 밀려오는 소의 간을 갈고리에 매다는 동작이었다.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소의 간을 대하면서도 인부들은 직전에 도살된 소의 일부라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다. 저자는 살아 있는 소가 150m의 과정을 거쳐 서서히 죽어가는 킬 플로어에선 죽어야 할 지점에서 죽지 않은 소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행위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도축장 체험을 생생하게 전하는 저자는 정치학자. 벽과 문 및 공간 구획에서 철저한 격리와 은폐 및 거리두기를 통해 지속되는 도축장의 작업에서 ‘시선의 정치학’을 읽어 낸다. 사회의 폭력이나 문제점을 그냥 덮어 버리거나 적당히 거리를 둠으로써 근본 해결은커녕 눈가리기 전략이 이뤄지는 현장을 증언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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