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해 NLL은 ‘영토선’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성만/前 해군작전사령관, 예비역 해군 중장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희생자 유족들이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논란거리가 되는 현실이 슬프다”며 “NLL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친 용사들의 원혼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 선거 이전에 반드시 NLL 포기 발언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며 “대선 후보들이 ‘NLL은 영토선’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NLL을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이를 사수(死守)하지 않으면 서해 5도가 적(敵)의 수중에 넘어가고 수도권 서쪽이 분쟁수역이 되기 때문이다. 서해 중부지역이 최전선이 되고 인천·평택항은 물론 인천공항의 사용도 제한된다. 그래서 해군은 목숨을 바쳐 이 선과 서해 5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NLL을 지키기 위해 최근 10년 사이 해군이 치른 희생만도 엄청나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고속정(PKM-357)이 침몰해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또 2010년 천안함은 백령도 영해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되고 46명이 전사했다.

지금의 NLL 논쟁은 2007년 대선 직전과 같은 상황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NLL은 영토선이 아니다)에 대해 200여 안보단체가 그해 10월 10일~11월 11일 성명을 발표하고 NLL 사수 국민대회, 대통령 NLL 발언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래서 국방부는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11.27~29)과 제7차 남북장성급회담(12.12~14)에서 북한의 NLL 무효화 및 공동어로구역(NLL 이남 수역에 설정) 주장에 강력하게 반대할 수 있었다.

그러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NLL의 성격은 무엇인가? 6·25 휴전협정은 해상 군사분계선(MDL)을 획정하지 않았다. 육상 MDL은 양국 군대의 접촉선을 기준으로 합의했다. 해상은 한국군과 유엔군이 한반도 전 해역을 통제하고 있었고 북한의 반대로 획정하지 못했다. 서해 압록강 하구의 대화도에서부터 동해 북부의 마양도까지 모든 섬은 국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휴전 직후 유엔군 사령관이 우리 측 전력의 북상을 막기 위해 동·서해에 NLL을 설정한 것이다. 동해는 육상분계선의 위도에 평행으로 하여 우리에게 불리하게 설정됐다. 국제법상 해안선의 기울기에 수직으로 선을 작도하는 것이 맞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은 동해 NLL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서해는 국제법에 맞게 서해5도와 북한 해안(도서)의 중간으로 설정했다. 북한은 이 고마운 선으로 인해 방대한 수역을 노력 없이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남 해군력 우세를 달성한 북한은 1973년에 서해 NLL을 부정하고 서해 5도 주변해역을 ‘북측 수역’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적으로 맞지 않다. 북한은 20년 동안 NLL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따라서 NLL은 국제법상 응고(凝固)의 원칙으로 법적 효력이 인정된 것이다. 이를 반영해 1992년에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의 제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기한 것이다. 제2차 남북국방장관 합의문의 제2조 1항에 ‘쌍방은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불가침경계선과 구역을 철저히 준수하기로 하였다’고 명기했다. 이처럼 남북한은 해상 NLL을 육상 MDL과 같은 성격으로 합의한 것이다.

현 상황에서 해상 NLL은 분명한 영토선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북한의 교란전술에 속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 등을 고려해 북쪽을 미수복 지역으로 남겨둔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혼동해선 안된다. 안보 문제에는 결코 국론 분열이 있어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