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 중국 어디로>더 커지고 다양해지는 ‘民聲’ 불평등·부패해소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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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에 불만이 쌓인 농민공들이 도시를 장악하고 시위를 벌였다.’ ‘환경오염에 반대한 시민들이 지역정부의 개발정책에 반대하며 지역 경찰과 극렬하게 대치했다.’ 지난 8일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외신과 중화권 매체들이 전한 중국 각지 시위 소식이다.

이뿐만 아니다. 티베트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분신자살 시위가 늘어 18차 당대회를 전후해 벌써 7명이 목숨을 던졌다. 곳곳에서 목숨을 내걸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좌파의 권익을 보장”하라는 극좌파 세력의 목소리까지 공개적으로 나오는 실정이다. “역대 중국 왕조의 패망 원인은 언제나 내부에 있었다.” 이 역사학자들의 말이 이번 중국 공산당 정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중국 정치, 외교 전문가들은 말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 역시 8일 당대회 보고서를 통해 “정치, 사회개혁 없이는 당도 국가도 망한다”고까지 말했다.

이 모두가 바로 중국 차기 지도자가 될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져야 할 부담이다. 시진핑 역시 잘 알고 있어 보인다.

시진핑은 지난 8일 오후 출석한 상하이(上海)시 당 전국대표 토론회에 참석, “공산당은 전례없는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상을 개방하겠다”면서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개혁 노선을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현 지도부처럼 들끓는 개혁 요구를 학술토론 수준으로 묶어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 지도부는 사회불만 해소를 위해 소득분배 제도 개선책 등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현 상황은 중국 차기 지도부에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10.3%의 초고속 성장은 이미 끝났다.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데 성장 엔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외부 환경 요인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인지 전문가들조차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 동안의 고속성장 속에 나타난 각종 사회 모순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지난 2011년 9월 중국 칭화(靑華)대 쑨리핑(孫立平) 교수가 조사한 결과 지난 2010년 중국에서는 약 18만 건의 시위(20명 이상 참여한 시위를 포함한 수치)가 발생했다. 이는 2000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의 한 인권운동가 블로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3만2000여 건이던 군중시위 건수는 지난 2006년에는 9만여 건으로 늘었고, 지난 2011년에는 무려 18만2500여 건에 달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시위발생 건수의 60% 가량이 토지매매와 관련된 경제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10월말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도 사설을 통해 “불평등, 반부패 해소 없이는 망하는 길뿐이다”고 단언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2012년 들어 시위대의 주장이 환경보호 등으로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초 광둥(廣東)성 각 시에서 처우에 불만을 품은 대규모 농민공 시위와 환경오염 공장 확충 반대시위가 잇따랐다. 홍콩에서는 올 9월까지 중국 공산당 선전교육에 반대하는 학부모 시위가 수 개월째 이어졌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학자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지만 해결방법을 놓고는 당내에서도 지도부 재산공개제 실시 등 급진적인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측과 그 반대측이 있는 등 입장이 다양하다”며 “새 지도부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