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사-나라 밖>濠 멜버른 인종범죄 기승… 아시아인엔 ‘공포도시’로

각종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는 호주의 멜버른이 인종차별 범죄가 잇따르면서 특히 아시아인에겐 ‘공포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18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영미권 여행객과 이민자들에게 살기 좋은 도시로 이름난 멜버른에서 최근 아시아인을 위시한 외국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범죄가 잇따라 발생, 파장이 일고 있다.

멜버른에서는 이미 2009년 인도 유학생을 겨냥한 연쇄 폭행사건이 발생, 인도·호주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멜버른에서는 길가던 베트남 유학생이 자신들을 ‘크레이지 화이트 보이스(Crazy White Boys)’라 칭하는 백인 청년 3명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들은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베트남 유학생의 얼굴과 머리를 때렸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짓이겨져 이후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받아야 했다. 특히 이들은 폭행 과정에서 ‘노란 개(Yellow Dog)’ 등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부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9월 말에는 멜버른 박스힐 공원에서 한국인 유학생 장모(33) 씨가 백인 10대 10여 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새끼손가락이 잘리고 왼쪽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가해자들은 장 씨를 폭행하면서 ‘망할 놈의 중국인(Fucking Chinese)’이라는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부었지만 현지 경찰은 “가해자들이 과거 백인도 폭행한 적이 있다”며 인종차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11월에는 멜버른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백인 남녀 3~4명이 프랑스어로 노래를 부른다는 이유로 프랑스인 여성 관광객에게 인종차별적 욕설과 함께 신체적 위협을 가한 사건이 발생, 파문이 일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