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저무는 저금리시대, 대비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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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현/연세대 교수·경제학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만연했던 ‘저금리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의 장기채권 금리는 급등했고 다우지수는 하락했다. 전문가들이 “향후 미국은 2%가 아닌 4%의 국채금리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할 정도로 미국의 국채수익률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9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자산 매입 규모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는 곧 세계적인 금융정책의 기조였던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조기에 시행하겠다는 미국의 표명이다. 달러의 유동성이 축소됨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자금을 거둬들여 미국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지고,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0.11%포인트 급등했다. 환율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을 비롯한 ‘출구전략 동조화 현상’은 금리를 상승시켜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킨다. 세계 경기 역시 투자와 소비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측면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선언은 장기적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생산성 증대 없는 무분별한 유동성 증대’를 통한 경기회복 전략이라는 비정상적인 궤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이므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양적완화 정책은 불경기를 탈출하기 위한 시간벌기용 전략으로 보고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의 구조적인 복귀를 촉구했다. 또한 출구전략 실행 시점의 위험이 분명 존재하지만 지금의 완화 기조가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가 그 늪에서 나오는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이 철저한 대비책을 세운다면 미국의 출구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오히려 중국의 경기 상황이다. 중국의 총수요 수준을 알려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하락한데다 가계·기업·정부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3배에 이르렀고, ‘그림자 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은 지하경제의 일종인 비금융권 대출인데, 이로 인해 투기세력에 대출이 되고 있고 부동산 거품과 신용 거품이 심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돈줄을 죄기 시작했고 돈 가뭄을 뜻하는 ‘차이나 크런치(China Crunch)’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꽉 닫힌 지갑은 우리 실물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중국은 우리의 제1 수출시장이며 대 중국 수출은 대미·대일 수출을 합친 액수의 1.5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안정한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성장률 3%의 성장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투자와 민간 투자사업 확대 등으로 1조 원의 재정을 보강하고 중소기업 설비투자펀드 지원 규모를 2조 원 늘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돈을 푸는 재정정책만으로는 경기회복에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대외 여건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경제 체력을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철저한 외환시장 모니터링으로 환율 및 금리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투자와 수출이 경기회복의 핵심임을 주지하고 이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수출 지역과 품목을 다각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환율에 의한 가격 우위가 아니라 품질 우위를 통해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