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등록금 = 높은 교육수준’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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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대학-미국 명문대는…/앤드류 해커·클로디아 드라이퍼스 지음, 김은하·박수련 옮김 /지식의 날개

“우리들은 인생의 상당 기간을 대학에서 보냈다. 한 사람은 글을 쓰는 교수이고, 한 사람은 기자이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런 우리에게 오늘날 대학을 지켜보는 일은 마치 공사판에 그 어떤 목표도 목적도 없이 제멋대로 바닥을 깔아뭉개며 달리기만 하는 증기롤러를 보는 듯 참담했다.”

앤드류 해커(정치학) 퀸스대 교수와 클로디아 드라이퍼스 뉴욕타임스 기자 겸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가 대학을 보는 심정이 왜 이리 참담한가를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참담함의 핵심은 미국의 대학, 그것도 미국 명문대가 학생들에게 받는 등록금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전혀 관계없는 곳에 탕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명문대 실체 까발리기쯤에 해당하는 책은 반값 등록금 논란이 벌어졌던 우리 사회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지고 미국 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겐 선택을 위한 현실적인 도움을 준다.

미국의 두 지식인의 지적을 쉽게 풀어보자면 미국 명문대가 등록금 값을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상위권 사립대학 졸업장을 받기 위해 4년간 들어가는 돈은 25만 달러. 두 학기 등록금에 각종 회비, 기숙사비, 교재비까지 더하면 용돈을 빼고도 5만 달러가 넘게 든다. 게다가 ‘등록금=교육수준’이라는 오해 속에 등록금이 높아질수록 지원자수는 더 많아진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미국 가정의 지출비 중 교육비는 주택론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학부모들이 열망하는 명문 대학들은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대학은 정작 학부생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대학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곳은 교수의 인건비.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좋은 교수진이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이들 교수는 강의가 아니고 실적연구에 몰두할 뿐 아니라 상당수는 유급 안식년차 해외에 체류 중이다. 이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부생들은 대부분 시간제 강사나 조교가 가르치는 대형강의로 4년을 보내게 된다. 이와 함께 강의와 관련 없는 각종 행정, 호화로운 시설, 요란한 스포츠팀, 다양한 산학기관과 연구센터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 대학이 본연의 임무 즉, 학부생 교육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세분화된 과목들이 버젓이 학위 과정으로 개설된 세태를 개탄하며 대학 교육은 인문 교양 중심의 고차원적 사고력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도 호소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은 원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곳이 돼야 한다고, 합리적인 등록금 혹은 무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좋은 대학 고르는 실용적인 팁이 들어가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