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나라의 ‘대타협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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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안병영 지음 /문학과 지성사

작곡가 모차르트의 나라 오스트리아. 중부 유럽에 자리했으며 인천에서 비행기로 11시간이 넘게 걸린다. 인구는 900만 명이 채 안 되고 독일어를 사용한다. 그 외에 심리학자 프로이트, 화가 클림트를 오스트리아와 함께 떠올릴 수 있다면 그래도 꽤 이 나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만큼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엮을 수 있는 키워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두 나라는 사실 굉장히 닮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졌다는 점과 지정학적 위치도 그러하다.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외부충격(2차대전·분할·공산화 위협)과 정치문화(권위주의·엘리트주의·온정주의)는 놀랄 만큼 더 비슷하다. 차이점은 이를 극복한 방식과 결과다. 오스트리아는 중도통합형 리더십을 통해 사회갈등을 관리하고 체제통합을 이뤘다. 유럽의 변방국가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4208달러(2012년 기준, 세계 10위)의 강소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힘이다.

저자 안병영(행정학)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의 미해결 과제들(통일·합의정치·경제정의·노사평화·국민통합)을 지적하고 “오스트리아의 중도통합형 국가모델은 신자유주의에 치우친 영미의 처방이나 스웨덴 등 북유럽의 진보적 처방보다 우리에게 더 적실성이 높다”고 말한다. 두 번의 교육부 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한 안 교수는 현재 강원 고성군에 머무르며 ‘농부가 된 부총리’로도 불린다. 농한기만을 이용해 집필했다는 책은 ‘오스트리아 모델’이 가지는 실용적 목적에 주목, 정치·정책·현실적 가치와 그 유용성을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책은 우선 오스트리아 근현대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후, 오스트리아 모델의 여섯 가지 요소를 깊이있게 분석한다. 오스트리아가 1945년 제 2공화국 수립 후 약 40년간 성공적인 정치 및 경제사회적 발전을 통해 형성한 체제모형의 요소는 ▲중립화 통일 ▲합의제 정치 ▲사회적 파트너십 ▲생태사회적 시장경제 ▲복지국가 건설 ▲오스트리아 국민형성 등이다. 저자는 “이 모델을 관통하는 가장 큰 흐름은 ‘합의와 상생’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이 정신은 세기말 빈(19세기 말부터 1차대전 이전까지의 합스부르크 제국 말기) 지성문화의 공통분모였던 ‘통섭’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결국 이것이 오스트리아 모델의 근원적인 힘이다.

특히, 책은 ‘중도적 공론의 장’이 실종된 우리 사회가 오스트리아식 ‘중도통합형’ 합의적 정치 질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는 ‘합의와 상생’ 유전자만으로 실현될 수는 없다. 저자는 ‘합의와 상생’ 정신 위에 ‘정치 엘리트의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오스트리아는 1945년 이후 오늘날(2013년)까지 단 두 번(1983∼1986년, 2000∼2007년)을 제외하면, 의회에서 한 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 언제나 대연정을 구성했다.

“오스트리아의 합의제 정치모형은 다수제 민주주의 모형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하나의 대안적 지평을 선사한다.(중략) 하지만 합의민주주의의 바탕이 되는 주요 정치 세력들 간의 대화와 소통, 타협과 합의, 협력과 상생노력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학습 포인트다. 한마디로 ‘대타협’문화가 그것이다.”(458쪽)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