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韓日관계 3대 현안과 해법

  • 문화일보
  • 입력 2013-12-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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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 서울대 교수 겸 일본연구소장

오늘의 한·일(韓日) 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세 가지 이슈가 있다. 군대위안부 문제, 독도, 그리고 강제징용 판결 문제다. 한·일 간의 불행한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이슈들이라 민감하고 정치적 폭발성도 강하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잘 다루지 못하면 경색된 한·일 관계의 출구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군대위안부 문제는 일본과 국제사회의 문제이며 역사 인식의 정도(正道)를 세상에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할수록 한국과 국제사회의 비난은 높아만 갈 것이다. 일본은 이 문제가 1965년 기본조약으로 해결됐다고 공언하지만, 1990년대에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에 이어 아시아여성기금까지 만들면서 이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자 했다. 일본이 스스로 노력한 부분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2012년 한·일 협상에서 해결의 물꼬가 트이다가 막혀 버렸다. 불씨를 살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 생전에 풀지 못하면 영원한 미제로 남아 일본은 더 무거운 역사의 부채를 짊어지고 가야 한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의 신용과 위신 회복을 위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가는 게 상책이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일본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홍보를 강화한다고 일본 땅이 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일본이 한국을 성가시게 만들 수는 있어도 한국이 지배하고 있는 독도의 현실을 변경할 방법은 없다. 일본이 독도 문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중국은 같은 방식으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괴롭힐 것이다. 센카쿠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으니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보면 답이 나온다. 한국도 독도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우리가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일본이 부추긴다고 덩달아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다. 서로 자극만 하지 않는다면 현상 관리는 가능하다. ‘미해결이라는 해결 방식’을 택한 선배들의 지혜는 나쁜 것도, 불리한 것도 아니었다.

강제징용 판결 문제는 다르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한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고, 이어 미쓰비시중공업, 신일본제철을 대상으로 한 배상 판결에서 승소 판결이 이어졌다. 하지만 1965년 청구권 협정 조약문에 양국 정부만이 아니라 ‘양국 국민의 청구권’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 국제법적 약속을 국내 사정 변경으로 인해 해석을 바꾼다면 국제국가로서의 신인도가 손상될 것이다.

사법부의 이러한 판결은 2005년 한·일 회담 문서 공개 당시 민·관 합동위원회가 결정한 방침과도 배치된다. 당시 위원회는 위안부, 사할린 피해자, 원폭 피해자는 일본에 계속 법적 책임을 추구하고, 징용자 보상, 미불(未拂)임금 등은 국내 조치에 의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2007년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 희생자 지원법’을 만들어 징용자 등에게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현재까지 57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1974년 특별법을 제정해 청구권 보상을 한 데 이은 후속 대책이었다. 만약 현재 보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만 더 많은 보상을 한다면 법적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금전적 보상 요구로 계속 치환할 경우 과거사 문제에서 가졌던 한국의 도덕적 우월성이라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강제징용 관련 보상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한국 정부가 책임질 문제다. 역대 한국 정부는 청구권 자금을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썼다. 정부가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관련 이슈를 털어내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과거사 관련 현안의 처리만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한·일 양국이 함께 꿀 수 있는 꿈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2015년은 한일기본조약을 맺은 지 50년이 되는 해다. 2014년에 한·일 관계를 복원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해가 될 것이다. 과거사의 처리와 미래의 희망을 담는 방식으로 위기의 한·일 관계를 슬기롭게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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