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꿈의 타수’와 ‘라이프 베스트’

지난해 7월 미국의 한 미니투어에서 제시 매시라는 25세의 남성이 18홀에 ‘56타’라는 믿지 못할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글렌메리 골프장에서 버디 14개와 이글 1개를 묶어 16언더파 56타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을 냈습니다. 비록 코스 전장이 6450야드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보다 500야드 이상 짧지만 파72짜리 코스이고, 주말골퍼들이 즐겨 치는 레귤러(5800∼6200야드)보다는 긴 코스였습니다. 그는 이날 18개 홀 중 17개 홀에서 그린을 적중시켰고 퍼팅도 21개로 홀아웃하면서 이글 1개에 버디 14개를 뽑아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남녀투어의 18홀 공식 최소 타수는 ‘59타’입니다. 1977년 알 게이버거가 PGA투어 사상 처음 세이트주드클래식에서 59타를 작성했습니다. 당시 59타를 견주어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과도 같다”면서 “금세기 최고의 스포츠 기록”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이후 두 번째 ‘꿈의 타수’가 나오는 데는 14년이 걸렸습니다. 1991년 칩 벡이 작성한 이래 장비와 기술 발달로 선수들의 비거리가 급격히 늘면서 ‘꿈의 타수’는 자주 달성돼왔습니다. 1999년 데이비드 듀발이, 2010년엔 폴 고이도스와 스튜어트 애플비가, 2013년엔 짐 퓨릭이 BMW 챔피언십에서, 그리고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러셀 녹스가 각각 59타를 기록했습니다. LPGA투어에서는 애니카 소렌스탐이 2002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2라운드 때 59타를 쳐 여자선수 중 유일한 대기록을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유럽프로골프투어나 호주PGA투어는 60타가 최소 타수입니다. 지난해 12월 유럽투어 넬슨만델라챔피언십에서 두 명의 선수가 59타를 기록했지만 ‘프리퍼드 라이 룰’(페어웨이에 있는 공을 들어서 진흙 등을 닦고 다시 놓고 치는 방식)이 적용돼 공식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일본골프투어(JGTO)에서는 이시카와 료가 2010년 JGTO의 더 크라운스 4라운드 때 파70인 코스에서 12언더파 58타를, 마루야마 시게키도 2000년 US오픈 예선전에서 58타를 쳤으나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한국 남녀 프로골프투어는 61타가 최소 타수입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18홀 최저타 기록은 61타입니다. 미국과 유럽투어에서 18홀을 58타로 마무리하는 선수가 언제 나타날지, 나타나면 누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꽁꽁 언 코스 탓에 이미 골프채를 창고에 넣어 뒀거나 지금도 연습장에서 칼을 갈며 봄시즌을 준비하거나 해외에 나가 ‘감’을 키우는 골퍼들도 있습니다. 주말골퍼들이라면 이맘 때쯤 새해 꼭 이루고 싶은 한두 가지 골프 소원을 빌어 봅니다. 주말골퍼 여러분도 새해에는 부디 ‘라이프 베스트’를 작성해 꿈을 이뤘으면 합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