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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1월 10일(金)
기차가 쓴 인류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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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역사를 바꾸다 / 빌 로스 지음, 이지민 옮김 / 예경

최초의 단체 여행, 위스키와 피시 앤드 칩스, 모네의 그림과 에밀 졸라의 소설, 전쟁·파업·러시아혁명과 홀로코스트…. 하나의 디렉토리로 묶을 수 없는 이 다양한 인류 근현대사 속 풍경과 사건, 일상과 문화를 끌어내고,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1800년대, 초기 이용객에게 “눈을 감으면 날아가는 느낌,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기분”을 안긴 철도이다.

영국 사회학자인 빌 로스가 쓴 이 책은 ‘인류 문화의 흐름을 바꾼 50가지 철도 이야기’라는 부제대로 1804년 웨일스의 화물용 철도 머서티드빌부터 2007년 영불해협 터널 철도까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50개 철도에 대한 미시사이자 문화사이다. 당연히 어떤 기술과 과학적 진보가 이들을 가능케 했는지 설명하는데 기술 부분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 기차가 인류의 삶과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1841년 7월, 영국 레스터에서 세계 첫 단체 여행이 가능해진 것도 철도 때문이다. 당시 지역 전도사 토머스 쿡은 “최신식 기차로 새로운 장소를 여행할 수 있다면 누가 집에서 독한 술을 마시며 슬픔을 달래겠는가”라며 기차를 대여해 금주운동가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그 뒤에도 한동안 여행은 부자들만의 특권이었지만 유럽에서 철도가 확산되면서 개인 여행이 가능해졌고 이는 도시를 발전시켰다. 1864년 철도가 프랑스 남부에 도달하자 니스는 호황을 맞았고, 1870년 몬테카를로까지 이어지자 모나코 공국의 인구는 두 배나 늘었다. 1862년 프랑스 북구 해안가 마을인 브르타뉴까지 철도는 흥미로운 결과를 낳는데, 철도 때문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들자 그곳에 살던 화가 폴 고갱이 타히티로 떠난 것이다. 이와 함께 철도는 냉동식품을 만들었고, 맥주 무역과 향신료 산업에 호황을 안겼다.

예술 쪽으로 눈을 돌리면 클로드 모네는 생라자르역을, 윌리엄 터너는 1844년 대서부 철도를 그렸고, 에밀 졸라는 철도를 추리소설의 배경으로 사용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은 1883년에 선보인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러시아혁명이라는 역사도 시베리아 철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레닌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핀란드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잠입했고, 트로츠키는 철도를 이용해 혁명에 필요한 군수 물자를 날랐으며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와 그의 가족의 운명은 철도역에서 끝났다. 한편 독일 제국이 만든 아우슈비츠 철도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만들었다.

이처럼 이 책은 과학과 문화라는 두 렌즈를 통해 철도와 인간이 맺어온 역사를 서술하면서 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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