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남중국해… 美·中, 또 긴장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해역에 대한 외국 선박 출입 사전허가 조례 발효를 ‘도발적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말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 B-52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출격으로 맞섰던 미국이 중국과 다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대만 등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대상국들도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9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서 다른 국가의 조업 활동을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도발적이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a provocative and potentially dangerous act)”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광대한 해역에 대한 요구를 하면서 국제법에 따른 어떤 설명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중국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사키 대변인은 “남중국해 분쟁 문제는 일방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남중국해 분쟁해역에 대한 항공모함과 전투기 급파 여부에 관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미 국방부는 중국의 조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특별한 군사력 재배치나 해상훈련 소식도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지난해 11월 23일 일본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언에 맞서 B-52 전략폭격기 출격과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전단 훈련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급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필리핀과 동맹관계여서 보호의무도 안고 있다.

이와 관련, 피터 갈베스 필리핀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조례 발효에 맞서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 규제 등 강력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에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도 “남중국해 주요 군도와 주변 해역은 전통적으로 중화민국의 영토로 새로운 관리 규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베트남 정부 역시 “스프래틀리(쯔엉사·중국명 난사군도)군도와 파라셀(호앙사 ·중국명 시사군도)군도의 주권은 베트남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하이난(海南)성 인민대표대회는 지난해 11월 말 중국의 어업 관할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해역에 외국 어선이 진입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어 지난 1일자로 발효시켰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