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올 ‘건강보험 3대 비급여 개선대책’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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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부터 의료비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했던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비, 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관련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3대 비급여는 정부가 지난해 6월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4대 중증 질환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제도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최근 정부는 관련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토대로 3대 비급여 개선책을 발표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치매’와 ‘육아’를 위한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다소 어려운 용어들이 많지만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책인 만큼 상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1. 3대 비급여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비, 간병비를 말한다. 특진비라고도 불리는 선택진료비는 환자가 대학병원급이나 일부 전문병원의 10년 이상 경력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경우 수술·검사 등 8개 항목에 한해 건강보험 진료비용의 20∼100%를 추가로 내는 비용이다. 상급병실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1∼5인실의 입원비용이다. 현재 건강보험은 6인실 이상에만 적용돼 1∼5인실은 기본입원료 외에 상급병실료를 추가로 환자가 부담한다. 간병비는 입원환자의 간병을 돕는 서비스비용이다. 환자들은 보통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가족 등의 간병을 받는다.

2. 왜 문제가 됐나

3대 비급여는 그동안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대부분 개인적으로 부담해 왔다. 현행 규정상 병원장이 80% 범위 내에서 선택진료 의사를 지정할 수 있어 전문의라면 대부분 선택진료 의사로 분류된다. 자연스럽게 환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선택진료를 받아야 했다. 상급병실료도 마찬가지다. 환자 본인이 6인실 이상의 일반 병실을 이용하고 싶어도 병실이 부족해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통 응급실에서 1∼2인실을 먼저 이용한 뒤 자리가 나면 6인실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빨리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추가 부담을 무릅쓰고 1∼2인실 상급병실을 이용해야만 했다. 이 같은 3대 비급여는 의료비 부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3대 비급여는 전체적으로는 총 본인 부담의 약 18% 수준을 차지하는데 2012년을 기준으로 ▲선택진료비 1조3000억 원 ▲상급병실료 1조 원 ▲간병비 2조 원 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 비급여 진료비 가운데 46.1%가 선택진료비(28.4%)와 상급병실료(17.7%)다.

3. 왜 개선되지 못했나

선택진료는 양질의 전문진료를 양성한다는 의미보다 사실상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진료 수가를 보전해 주는 성격이 강했다. 실제 선택진료제는 1963년 당시 국공립 대학병원 의사들의 수입을 일정 정도 보전해 주려고 ‘특진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선택진료제는 보험재정 여건상 저수가 정책에 따른 수입보전책으로 만들어진 제도인데 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오해를 받아 억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택진료제를 개선할 경우 건강보험 수가 등의 재정보전이 필요해 그동안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었던 측면이 강하다. 상급병실료 부담은 수익 보전을 위해 병원들이 상급병실 비중을 높인 것이 주원인이다. 6인실 이상 일반병실을 전체 병상의 50% 이상만 확보하면 된다는 규정 탓에 대부분의 병원들이 환자 수요에 비해 일반병실 비율이 높지 않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6인실 기준 병실은 64.9%(2만408병상)에 불과하다. 2인실 16.0%(5038병상), 4인실 5.9%(1868병상), 3인실 5.4%(1690병상), 1인실 5.2%(1635병상), 5인실 1.5%(470병상), 특실 1.1%(338병상) 등 상급병실의 비중이 높다.

4. 어떻게 개선되나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선택진료 환자 부담 비용을 평균 35% 줄여준다. 선택진료를 받기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용에서 추가로 내는 비용이 현행 20∼100%에서 15∼50%로 축소되는 것이다. 또 병원별로 80%까지 둘 수 있는 선택의사 비율도 오는 2016년까지 30%로 낮춘다. 2017년부터는 현행 선택진료제를 건강보험의 전문진료의사 가산 방식으로 흡수해 제도 자체가 사라진다. 이렇게 될 경우 환자 부담은 현재보다 64% 줄어들 것이라는 게 관계 부처의 분석이다. 또 하반기부터 일반병상 기준이 현행 6인실 이상에서 4인실 이상으로 확대된다. 또 2015년까지 상급 종합병원의 일반병상 비율 기준도 현행 5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렇게 될 경우 전체 국내 병원의 일반병상 비율은 83%까지 확대된다. 간병비는 ‘포괄간호서비스’의 일환으로 병원 입원서비스에 포함될 예정이다. 입원진료 시 간호사가 간병서비스를 제공해 별도 간병인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정부는 올해 33개 공공병원부터 시범적용해 2015년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2018년부터는 전체 병원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5. 실제 돌아오는 혜택은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위암이 전이된 환자의 경우 수술과 입원비에서 평균 421만 원의 선택진료 비용을 지불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약 274만 원으로 낮아진다. 제도 개선이 완료되는 2017년에는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 약 152만 원만 내면 된다. 4∼5인실도 일반병실로 간주되면서 건강보험에서 정한 입원료의 20∼30%만 부담하면 된다. 4인실을 이용할 경우 환자 부담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평균 6만8000원에서 2만3000원, 종합병원은 3만9000원에서 1만2000원, 병원은 3만2000원에서 9000원으로 현재의 28∼34% 수준으로 줄어든다. 간병비도 10일간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일반적으로 80만 원 수준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포괄간호서비스가 제공되는 병원을 이용할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15만 원(하루 3만 원 가정 시, 본인 부담 50% 적용)만 부담하면 된다.

6. 우려되는 부분은 없나

환자에게는 이익이지만 병원들의 경우 운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선택진료나 상급병실료 등을 통해 낮은 의료수가를 보전해 왔던 병원들은 선택진료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더 심해질 전망이다. 선택진료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소위 ‘빅5’(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병원에 환자가 집중됐는데 선택진료비가 사라지면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병원이나 동네병원들의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 우려와 관련해 복지부는 “3대 비급여 개선방안 추진 과정에서 수도권 및 상급병원에 비해 지방이나 중소병원의 이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도록 설계하고 상급종합·종합병원, 병원·의원 간 진료협력 활성화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택진료 개선에 대한 손실 보전에 대해서도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수술과 처치, 기능검사에 대한 진료비용은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7. 건강보험료도 오르나

건강보험공단이 추계한 연간 선택진료 비용 1조3000억 원, 상급병실료 1조147억 원 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각각 2.5%와 3.3%, 도합 5.8%의 보험료율(요율 1% 인상 시 약 4000억 원 확보) 인상이 필요하다. 결국 건강보험 보장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복지부는 올해의 경우 보험료 추가 인상 없이 3대 비급여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2015년부터는 향후 3년간 매년 1%씩 보험료 추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 세대당 월 평균 1000원씩 추가 부담하는 정도의 인상이 있을 것”이라며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부과기반을 확충하고 재정안정책을 추진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8. 치매 관련대책도 나왔는데

치매 환자로 인한 다른 가족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 핵심이다. 가벼운 치매 노인도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로 포함시키기 위해 7월부터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한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증 치매환자 약 5만 명이 추가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치매 가족의 간병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가족휴가제’도 도입된다. 장기요양서비스 대상 환자가 서비스 월 이용한도를 넘어도 2∼3일(연 2회) 동안 추가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또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해 70세 이상 노인은 2년마다 치매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건강검진체계도 개선된다. 경로당 등에 운동강사를 파견해 진행하는 치매예방 운동프로그램도 지난해 8000개소에서 올해 2만 개소로 확대된다.

9. 올해 확대되는 보육 서비스는

맞벌이 부부 등에 맞춘 보육서비스가 신설된다. 시간선택제 근로 부모를 위한 시간제 보육반이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전국에 확대 시행된다. 또 야근이나 출장 시에 이용할 수 있는 야간·휴일 보육서비스도 단계적으로 모든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강화된다. 임신·출산을 위해 올해부터 만 12세 이하 아동에 대한 국가예방접종이 무료로 시행된다. 지난해까지 총 26회 접종에 본인부담금이 13만 원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안 내도 된다.

10. 도입 준비 중인 다른 과제는

박근혜정부 공약인 기초연금이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이 높은 30%를 제외한 노인을 기초연금 지급대상으로 해 국민연금 급여 수준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안대로 시행될 경우 약 447만 명의 노인이 혜택을 받고 이 중 394만 명이 월 20만 원, 나머지 53만 명의 노인은 10만∼20만 원씩 받게 된다. 그러나 야당이 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에 반대하면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복지부는 국회의 기초연금법안 심의를 지원하기 위해 차관을 단장으로 한 입법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 기초연금 시행(7월 25일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법안 통과에 맞춰 4월까지 지방자치단체 교육, 5월까지 법령 마련, 5월 말 관련 시스템 오픈, 6월 대상자 신청·접수 등의 일정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