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0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인터폴 집행위원회’ 회의장에서 세계 각국의 경찰 관계자들이 2013년도 인터폴 업무 평가 및 집행위 활동 사항 점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예전과 달리 현대 사회의 범죄는 한 국가 내에서만 발생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 도피한 피의자를 검거하는 일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금품을 가로챈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는 일 등은 국제적 공조 수사를 통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이 같은 범죄 수사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각국 경찰 기관들의 공조를 가능하게 하는 ‘인터폴(Interpol)’의 역할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세계 경찰의 총본산 ‘인터폴’=인터폴의 정식 명칭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다. 1914년 국제형사경찰회의로 출발한 인터폴은 1·2차 세계대전으로 활동이 중단됐지만, 1946년 활동 재개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전보 수신 약호로 ‘INTERPOL’을 채택하면서 현재까지 인터폴이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국제형사경찰기구 공식홈페이지도 인터폴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각국 경찰들에게 인터폴은 세계경찰의 총본산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물론 미국·중국·일본·프랑스 등 전 세계 190개 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으며 각 나라의 범죄자, 주요 범죄사건 자료들이 축적돼 있는 국제기구이기 때문이다. 인터폴 사무총국(본부)은 프랑스 리옹에 있으며 오는 9월 싱가포르에 제2청사가 준공될 예정이다.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13인의 집행위원들이 주요 업무와 정책 결정에 대한 권한을 가지며 실제적인 행정과 수사 공조 업무는 사무총장을 비롯한 700여 명의 본부 소속 직원들이 담당한다. 또 인터폴 사무총국은 사무총장을 필두로 각 종류별 범죄에 대응하는 특별범죄국, 지역별 협력을 담당하는 지역·국가협력국, 문서감식이나 범죄분석을 담당하는 수사지원국 등 10여개 국(局)으로 구성돼 각각의 업무를 진행한다.
◆현실 속 인터폴의 활약=국경을 넘나들며 범죄자들을 직접 수사, 검거하는 ‘인터폴 수사관’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국가별로 치안과 범죄 수사에 대한 권한이 자국 내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경찰이나 수사기관 요원이 자국 외에서 직접 수사활동을 벌이는 것은 주권 침해로 간주되고 이에 따른 외교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은 각국 경찰 기관들의 연락 시스템 혹은 정보공유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발생한 범죄가 중국 현지인과 관련이 있다면 해당 인물에 대해 신병 확보나 관련 정보를 요청하는 시스템이 인터폴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사건에서도 인터폴을 통한 각국 경찰 기관들의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1964년 인터폴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현재 경찰청 외사국 산하에 인터폴 업무 담당부서가 설치돼 있으며 이 부서를 통해 인터폴 사무총국 및 인터폴 회원국과의 업무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폴 담당 부서를 통해 인터폴 사무총국이나 다른 회원국의 공조 요청을 수령해 관련 부서에 전달하거나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 내용을 사무총국 및 타 회원국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국내 범죄통계 분석 결과나 마약사범 관련 자료 등도 정기적으로 인터폴 사무총국에 통보하고 중요 위조지폐 사건, 국제수배자 발견, 민간 항공기 납치사건, 도난 총기 추적 등에 대해서는 수시로 업무 공조를 하고 있다.
◆공조의 핵심 ‘인터폴 수배’=인터폴 수배는 회원국 간 공조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인터폴 사무총국은 각 회원국에 도피범, 실종자, 우범자 및 장물 등에 대한 상세 정보를 담은 국제수배서를 배포하고 있다. 범죄자에 대한 수배는 적색·청색·녹색·황색·흑색 등 5단계 유형으로 나뉜다. 특히 적색수배(Red Notice)의 경우 형법 위반에 따른 체포 혹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대상이며 이 적색수배서를 근거로 범죄자가 발견된 회원국에서 즉시 신병구속이 가능할 정도로 최고 강도의 수배에 해당한다.
또 인터폴은 범죄자에 대한 수배 외에도 불법적으로 취득된 장물이나 도난 문화재 등에 대해 발생되는 ‘장물수배서’, 세계 각국에서 범죄자들이 범행 시 사용한 특이 범죄수법 등을 분석한 ‘범죄수법수배서’ 등을 각 회원국에 배포한다.
◆인터폴에서 근무하려면=인터폴에 근무하는 700여 명의 실무자 가운데 66%는 인터폴이 직접 채용한 직원들이며 나머지 33% 정도는 각 회원국의 경찰 기관에서 파견된 현직 경찰들로 구성된다. 드문 경우로 각 회원국의 세관 기관에서 파견된 인원들도 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만 보면 외국어와 경찰·범죄·국제법 등 관련 지식 및 소양을 쌓은 뒤 인터폴의 채용 공고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경찰로 입문한 뒤 내부 공모를 거쳐 인터폴 본부로 파견되는 것이 인터폴 직원이 되기 위한 더 수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경찰청은 현재 리옹 본부 1명, 싱가포르 본부 2명, 태국 연락사무소 1명 등 총 4명의 현직 경찰관을 ‘인터폴업무협력관’으로 파견하고 있다. 경찰 경력 5년 이상인 경감 이상 간부, 영어능통자, 수사실무 또는 연구 경력 1년 이상 등의 자격요건을 기준으로 내부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경찰 최초로 사무총국의 디지털포렌식 부서 팀장급 파견자가 배출되는 등 인터폴 내에서 한국 경찰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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