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량 붕괴 주범 ‘하상세굴’ 잡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서울지역 집중 호우시 붕괴된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면 왕숙천교. 서울시 제공

성수대교 붕괴 20년을 맞아 서울시가 교량 붕괴의 주범인 하상세굴(河床洗掘) 잡기에 나섰다.

서울시는 교량 붕괴의 주원인인 하상세굴을 막기 위해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자체 개발한 하상세굴 측정 장치를 성수대교에 설치키로 했다. 특히 올해가 성수대교 붕괴 20년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서울시의 성수대교 트라우마가 반영된 노력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상세굴이란 집중호우 등으로 갑자기 하천의 물이 불어나게 되면서 하천 바닥에 고정시킨 교량 기초부분이 침식되는 현상을 말하며 전체 교량 붕괴 중 절반 이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오는 6월까지 한강 교량의 하상세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측정장치를 성수대교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성수대교를 선정한 것은 한강 교량 중에서 성수대교가 하상세굴로 인한 피해에 가장 취약한 교량 중 하나로 파악된 데다 지난 1994년 붕괴돼 24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참사를 낳았기 때문이다. 성수대교는 교량 용접부 부실로 인해 붕괴된 바 있는데 하상세굴로 인한 피해 우려도 있다.

교량 관리를 하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하상세굴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재앙이다. 지난 2001년 서울지역 집중호우 시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면 왕숙천교가 하상세굴로 붕괴된 바 있다. 또 2002년 태풍 루사 때에는 경북 김천 경호강 철교가 하상세굴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때 경호강 철교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02개의 교량에 하상세굴 조짐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하상세굴은 교량 붕괴의 주요 원인이지만 교량 기초가 대부분 수중에 설치돼 있는 데다 홍수 시에는 하상세굴 현상이 발생했다가 홍수가 지나간 뒤 물결이 잠잠해지면 다시 흙, 모래 등 퇴적물로 메워지기 때문에 하상세굴 정도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최근 하상세굴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추를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고정한 채 하천 바닥(하상)까지 늘어뜨리는 방식이다. 물이 불어 하상세굴이 발생하면 하상이 내려가고 추 역시 평소보다 더 내려가게 된다. 추가 내려가는 정도를 계량화해 하상세굴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리본이나 센서 방식이 사용됐지만 정확성이나 실용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한강의 경우 강폭이 넓고 평소 유량이 많기 때문에 하상세굴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유속이 빠른 지방 하천에서 하상세굴로 인한 피해가 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필요하다면 우리가 개발한 측정장치 기술을 전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