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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팀장의 북레터 게재 일자 : 2014년 04월 25일(金)
‘배운 괴물’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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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출간된 ‘지식인마을에 가다’(김영사)에서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부 교수는 우리 사회를 ‘문턱 증후군’을 앓는 ‘문턱사회’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외계인이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면 이런 보고서를 썼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몇 단계 입시를 위해 모든 정력과 자원을 소모한다. 청소년은 대학입시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부한다. 대학생은 취업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입사 시험에 올인한다. 직장인은 승진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가정마저 소홀히 한다. 그러나 문턱을 넘자마자 준비과정에서 보여줬던 열정과 호기심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그런 것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문턱 증후군’ ‘지식 조로증’에 걸린 ‘문턱사회’에서 사람들은 단지 문턱을 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인류의 빛나는 지식은 입시를 위한 사지선다형 문제로 전락합니다. 이런 문턱사회는 시민 생활에 다양한 문턱을 촘촘히 배치해 시민의 삶을 더 정교하게 통제한다고 합니다. 지식은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의 수단이 되고, 지식의 본질을 왜곡할수록 문턱을 더 잘 넘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장 교수는 시대는 변했고 높은 문턱을 넘었다는 이유로 이후 삶까지 보장받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전망합니다.

김대식 서울대 교수와 김두식 경북대 교수 형제의 ‘공부 논쟁’(창비)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15세에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로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공부에 시달리다 일찌감치 번아웃(Burn Out), 완전소진돼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들 역시 평균수명이 35∼40세였던 조선시대엔 15세에 장원급제해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평균수명이 남자 77.9세, 여자 84.6세인 이 시대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개인의 욕망과 전망 부재한 정책이 뒤얽힌 교육은 우리 사회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창입니다. 사회학자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세상물정의 사회학’(사계절)에서 “싸가지 없는 애들과 추잡스런 중년과 나잇값 못하는 늙은이들이 뒤섞인 지하철 풍경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사회는 배움에 투자했지만 배움이 삶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믿음을 접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성장이 성숙을 낳고 배움이 인격을 낳는 비율을 성숙률이라고 한다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일 것이라는 노 교수는 “유식과 교양이 성장과 성숙이 결합하지 않은 얼치기 배움이 판치는 사회에서 교육은 출세와 돈벌이 수단이 되고, 위인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괴물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습니다. ‘배운 괴물들의 사회’. 시간이 갈수록 세월호 사고가 한국 사회의 온갖 문제의 블랙홀이었음이 드러나는 시기이기에 이 같은 진단은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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