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이끈‘광장의 대중’은 어떻게 변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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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계보학 / 김성일 지음 / 이매진

대중은 새롭게 발견되고, 새롭게 이해돼야 한다. 사회학 박사로 현재 경희대에서 시민 교육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바다.

2002년 한일월드컵 거리응원전부터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광장의 대중’은 그 뒤 사회 주요 사건현장에 모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한국사회의 매우 특징적인 세력이 됐다. 이 책은 한국사회에서 이 같은 대중이 어떻게 탄생돼 변화해 왔는가, 그 계보를 정리했다. 저자는 대중을 근대의 발명품으로 봤다. 한국의 근대적 대중의 출발은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의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다. 이어 저자는 시대를 따라 올라가며 욕망하는 주체(1960∼1980년대), 문화산업의 영향 아래 나타난 새로운 대중(1990년대), 자기계발의 주체(1997년 이후)를 거쳐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에 새로운 저항세력으로 등장했다고 살펴본다.

저자는 우리 시대 대중은 계급과 계층, 세대를 초월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꼽는다. 영상 세대인 10대 청소년부터 청년 실업에 시달리는 20대 청년, 386세대와 산업 역군인 50대까지 포괄한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무장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소통하며 집단 지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사회적 불의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기도 하며, 때로는 거리와 광장에서 몸과 몸을 부딪치며 축제를 벌이는 응원단이 되기도 한다. 원래 대중은 모래알 같은 존재로 익명적이고 파편적이며 이해타산적이라고 규정돼 왔다. 하지만 최근의 대중들은 모래알이 아니라 유기적 관계를 맺어 한 편의 거대한 모자이크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저마다 고유한 질료와 색깔을 지니며 상대적인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이 사이에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만든다며 이들의 결집 양태는 이제 한국사회의 변동에 연동될 정도가 됐다고 분석한다. 물론 이 같은 대중의 탄생은 국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