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지하드’ SNS 타고 확산… 亞·太 안보 위협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를 장악하고 이슬람국가의 설립을 선포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인기가 소셜미디어 등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ISIL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생적으로 존재해온 무슬림 조직들이 ISIL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에게 경도돼 한층 극단주의적으로 변모할 경우, 지역 안보에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호주국립대의 중동전문가인 로저 샤나한은 “미래에는 시리아 및 이라크에서 알게 된 무슬림들로 구성된 또 다른 글로벌 지하디스트 네트워크가 탄생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테러리즘연구분석컨소시엄(TRAC)의 베리안 칸 국장에 따르면 현재 중동지역에서 활동 중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신 무장대원들이 500여 명 수준이다.

◆ 인도네시아 = 전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인도네시아에서는 ISIL과 같은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조직을 지지하는 세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지난 14일 인도네시아의 유명 급진 이슬람 성직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가 지지자들에게 ISIL을 도와 지하드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으며, 이들을 해외에 보내기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19일 유튜브에는 검은 복면을 쓴 인도네시아인 5명이 현재 시리아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전투에 참가하라고 호소하는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ISIL에 의해 칼리프(이슬람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추대된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지난 1일 발표한 19분가량의 육성 녹음을 통해 전 세계 무슬림에게 지하드 참여를 독려하면서, “형제들이 있는 곳” 10여 개국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를 언급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대 테러작전으로 인도네시아 무슬림 테러조직은 상당 부분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과격화된 인도네시아 출신 무슬림들이 대거 귀국하면 약화된 조직이 재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ISIL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출신 대원들은 50여 명으로, 이들 중에는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하다 숨진 19세 청년도 포함돼 있다.

◆ 말레이시아 =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4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ISIL, 필리핀 이슬람반군 아부 사야프와 접촉하며 테러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로 자국민 15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10년 넘게 군 당국에서 복무한 30세의 해군 사관과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는 지역 무장단체 고위 간부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5월 26일 폭발물이 든 차량을 탄 채 이라크 안바르주의 특수부대 본부로 돌진해 25명이 넘는 군인들을 사살한 사람 역시 26세의 말레이시아 청년이었다. 이슬람교가 국교이긴 하나 온건 무슬림들이 주류를 이루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수년간 대규모 테러활동이 포착된 바 없으나 최근 일부 과격주의자들이 시리아와 이라크 분쟁에 참전한 것이 확인되면서 국내외 테러조직 간 연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국립대의 놀 아시잔 빈 이드리스 교수는 “현재 동남아시아 출신 무슬림들의 초점은 중동 지역에 맞춰져 있지만 미래에는 아시아가 이들의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필리핀 = 이미 이슬람반군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필리핀에서도 ISIL에 동조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 내에서도 납치와 폭탄테러 등으로 악명 높은 과격 이슬람 조직 아부 사야프와 ISIL 간의 연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유라시아리뷰는 아부 사야프의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ISIL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는 내용의 음성녹음이 6월 24일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둘 사이에 모종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에는 얼굴을 가린 한 무장대원이 ISIL의 깃발 앞에서 필리핀어와 아랍어로 ISIL에 충성을 맹세하는 영상과 수십 명의 필리핀 죄수들이 감옥에 모여 ISIL 깃발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알바그다디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영상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 호주 = 알자지라는 무슬림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호주 등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필리핀 경찰 당국은 ISIL의 지하드를 지원하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호주 출신의 이슬람교도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17세 때 이슬람으로 개종한 로버트 에드워드 세란토니오는 멜버른 태생의 29세 청년으로, 필리핀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에게 중동지역으로 가 성전에 참여하도록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필리핀 내에서 무슬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민다나오섬을 수차례 방문해 극단적인 이슬람 교리를 전파했으며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를 이용한 포교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그의 트위터를 팔로어하는 사람들도 6700여 명에 달했다. 지난 17일에는 ISIL에 소속된 18세의 호주 소년이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시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인근지역 주민 세 명을 숨지게 하는 등 이슬람으로 개종한 젊은 호주 청년들의 지하드 참전 사례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국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50명의 호주인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싸워왔거나 혹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