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性범죄‘無대안’… 손 못대는 교육부

공교육에 회의를 느낀 이들이 택하는 대안학교의 상당수가 미인가 학교여서 성범죄 전력이 있는 교사가 채용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등 학생 안전을 보장하는 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을 교육하는 대안학교의 자율성과 책임성 모두를 확보하는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미인가 대안학교는 240여 곳에 달하는데, 성범죄 전력이 있는 교사 채용을 교육 당국이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학교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인가 대안학교는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범죄 발생 시 피해 학생이 교사를 경찰에 신고해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교육청 차원의 면직 등 교원 징계가 불가능해 해당 교사가 다시 학교에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나 피해자 학생들이 대안학교를 많이 선택하고 있는데, 대안학교에서 또다시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처벌은 학교 내부 규정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교육부, 교육청 소속이 아니어서 교육과정·교원·학생 관리 등에 대해 제재하거나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한 유명 대안학교에서 남학생 3명이 한 장애 남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해당 학교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계속 함께 수업을 받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강제 전학 등 학교에 적절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대안학교는 ‘학업을 중단하거나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라고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제60조에 의해 설립되기 때문에 정부의 인가를 받으면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교사 중 3분의 2 이상이 교원자격증을 소지해야 하며, 각종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교원 징계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인가를 받아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안학교 측에서도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안교육연대는 법제화는 대안학교의 자율성과 민주적 운영구조를 해치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반면 한국기독교대안교육연맹은 학생들이 법의 보호를 받고 대안학교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 지역 한 대안학교 관계자는 “법제화가 대안학교의 자율성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진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