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구 원장이 15일 경기 군포의 안양골프장 15번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양눈 시력차 커 라인 읽기 불편… 퍼팅이 최대 약점
“턱걸이를 해보세요. 그러면 비거리가 지금보다 20야드는 더 늘어납니다.”
김영구(51) 연세스타피부과 원장은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리는 첫 번째 비결로 ‘턱걸이’를 꼽았다. 골프를 시작한 지는 7년밖에 안 됐지만 그는 비거리만큼은 자신있다고 한다.
김 원장이 이처럼 비거리에 애착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2002년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교차로 인근에서 병원을 개업한 그는 주 6일 동안 쉬지 않고 진료를 해왔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몸에 이상이 왔다. 그래서 44세 때인 2007년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일찍 배울 수도 있었지만 이전까지는 골프를 하면 시간을 버린다고 생각했다. 병원을 키우려는 열정은 컸지만 골프에 대해선 없었다. 골프를 배우기 위해 집 근처 연습장을 찾았고, 틈틈이 헬스클럽에 다녔다. 몇 년 동안 그의 비거리는 신통치가 않았다.
그런데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치는 지인을 만나면서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에게 물었더니 턱걸이가 비결이었다. 지인은 10년 이상을 매일 턱걸이를 해왔는데, 한 번에 쉬지 않고 50개 정도는 거뜬히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3년 동안 헬스클럽에 가면 턱걸이를 꾸준히 연습해 왔다. 처음 철봉에 매달리니 단 한 개도 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3개, 5개로 늘더니 이제는 한 번에 10개 정도는 가볍게 해낸다. 다른 운동을 하면서 하루에 10개씩 한 세트로 치면 5∼6세트를 소화할 정도가 됐다. 요즘 그의 비거리는 260야드가 넘는다. 팔 근육만 단련시키는 줄 알았던 턱걸이는 몸의 다른 곳에도 변화를 가져다줬다. 골프를 치면서 지금까지 부상 한 번 당하지 않았던 것도 턱걸이 덕분이다.
병원이 커지면서 전문의가 5명으로 확충되고 나니 그는 매주 이틀(화·목요일)은 자신의 몸에 투자를 하고 있다. 오전에 200m가 넘는 드라이빙 레인지를 찾아 연습을 하고, 오후엔 라운드를 즐긴다. 그는 골프를 한 이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과 함께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골프는 동료 의사들과의 교류도 터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었고, 골프장 다녀오면 병원 운영이나 진료 시설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김 원장의 베스트스코어는 78타다. 2011년 5월 경기 남양주의 양주골프장에서 피부과학회가 주최한 골프모임이었다. 종전까지 81타가 베스트였던 그는 처음으로 70대 스코어에 진입한 것. 학회의 기획이사를 맡았던 그는 모임 준비를 위해 일찍 도착해 빈 스윙과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충분히 풀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가을 한국오픈을 마친 뒤 1주일도 안 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골프장에서 라운드 중 전반에 1오버파를 쳐 새로운 기록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런데 내심 기대와는 달리 후반에 무너져 83타를 넘겨 버렸다. 그에겐 지금도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필드에 나가는 그는 주 2일 비번일 중 골프장 가는 날에는 오전에 드라이빙 레인지를 찾고 오후에 라운드를 하는 편이다. 골프가 없는 날에는 헬스클럽에서 시간을 보낸다. 라운드 직전 꼭 오전에 연습을 하는 이유는 몸을 풀고 나면 5타 이상을 줄일 만큼 공이 잘 맞기 때문이다.
그는 특이하게 월례회와 같은 정기모임은 ‘숙제’가 된다며, 자유롭게 약속을 잡아서 골프를 치는 편이다. 같이 치는 멤버들은 의대 친구를 비롯, 주로 피부과 의사, 연관 업종의 회사 임원들이다.
그는 드라이버 샷은 잘 치지만 약점은 퍼팅이라고 했다. 드라이버 비거리를 250∼260야드 보내고 우드도 곧잘 치는 편이다. 7번 아이언으로 160야드까지 보내고, 웨지샷 정확도도 높은 편. 하지만 그린 위에서는 늘 주눅이 든다. 이유는 양쪽 시력차가 너무 커 퍼팅을 하는 데 제대로 된 라인을 읽기가 힘들다는 것. 그래서 파온을 시키고도 스리퍼팅을 밥먹듯 자주 하는 통에 샷에 비해 스코어가 잘 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그동안 퍼터를 여러 차례 바꾸기도 했지만 역시 연습 부족이 큰 원인이라고 한다. 요즘에도 80대 초·중반 스코어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그는 퍼팅만 되면 70대는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는 걷는 게 좋아 몇 해 전 경기 용인의 양지골프장 회원권을 샀다. 이곳은 국내에서 전동카트가 없는, 몇 안 되는 걷는 코스다. 걷다보면 코스를 구석구석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서두르지 않아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골프를 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피부과 전문의로서 골프 칠 때 피부 보호 방법은 단 하나, 노출된 피부에는 무조건 자외선 차단제를 고르게 발라줘야 하고 그늘집에서 한두 번을 더 발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오징어 마스크’로 불리는 얼굴 가리개를 하고 나타나는데 자신의 피부는 보호하겠지만 동반자들과의 즐거움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여름철 골프를 건강하게 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30도가 넘는 고온에서는 내과전문의가 추천한 해열제를 먹고 치면 몸에 열이 오르지 않아 컨디션 유지에 좋고, 노년층에서는 태반 주사를 맞아 두는 것도 보호대책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 김영구에게 골프란 = 양면성이 있는 운동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들과 쳐도 잘될 때도 안 될 때도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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