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문화 옮겨가는 대학가… 홍대 앞? 이젠 건대 앞!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분수광장 주변에서 열린 거리 공연을 젊은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위니아트 제공

건국대 앞 거리가 예술과 젊음의 상징인 홍익대 앞 거리를 능가하는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언더그라운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뉴욕시에서 언더그라운드의 중심지가 시간을 두고 맨해튼 소호→맨해튼 첼시→브루클린 월리엄스버그 등으로 옮아가는 현상이 서울시내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언더그라운드란 대중문화에 속하지 않고 순수한 목적에서 자신만의 문화를 지향하는 부류를 의미하는데 통상 젊은층을 중심으로 추구된다.

27일 광진구 등에 따르면 건국대 새천년관 공연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위니아트는 지난 6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능동로 분수광장에서 거리 공연을 열고 있다. 공연은 월별로 주제를 정해 ▲6월 어쿠스틱 연주 ▲7월 록·펑크 밴드 공연 ▲8월 재즈 연주 ▲9월 각종 퍼포먼스 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무료 공연이다. 김용기 위니아트 대표는 “오디션 과정을 거쳐 공연팀을 선발하고 있다”며 “관객들의 호응이 워낙 좋아 홍대에서 활동하는 공연팀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니아트가 이러한 공연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올해로 3년째다.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는 평균 1000명 안팎의 관람객들이 이 거리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공연 장소 부근에는 예술 프리마켓이 열린다. 화가, 수공예 예술가, 그리고 플로리스트 등이 테이블 위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현장 판매를 하고 있다. 매주 공연 때마다 100여 개의 테이블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 거리 공연 행사가 있기 전에 능동로(옛 화양리)는 젊은이들로 북적대지만 별 특징 없는 서울의 평범한 거리였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의 향취(香趣)가 덧입혀지면서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것이다.

광진구청의 역할도 컸다. 위니아트에 거리 공연을 제안한 게 김기동 광진구청장이기 때문이다. 또 공연장을 만들고 공연 전후로 청소, 주차 안내 등의 행정 서비스를 하는 것도 광진구청이다. 하지만 관 주도의 행사는 민간의 창의성을 빼앗을 수 있다고 판단, 거리 공연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위니아트에 위임한 상태다. 위니아트는 위니아트대로 지역 공동체(커뮤니티) 공헌 차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행사비 전액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홍대 앞 거리 문화는 비싼 임차료, 지나친 상업화 그리고 퇴폐적으로 흐르는 경향 등으로 예전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막 꽃을 피운, 건대 앞 거리의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현재의 순수한 모습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