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 제왕적 대통령제 한계” 여야 공감대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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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뤄질까. 19대 국회의 임기도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개헌이 하반기 국회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여야를 막론하고 전체 의원의 절반 이상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데다, 오는 2015년 상반기까지 1년간 개헌과 관련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총선·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에 개헌 논의가 다시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위기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개헌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입장인 데다, 자칫 개헌이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실제로 개헌이 가시화되기까지 만만치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해결되면 개헌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국회 차원의 논의 결과물이 있어서 일단 시작만 되면 빠른 개헌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대통령 임기 5년이 유능한 대통령에게는 너무 짧다”며 4년 중임 정·부통령제가 적절하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2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300명의 국회의원 중 절반이 넘는 155명이 속한 ‘개헌추진 국회의원모임’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 모임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고문을 맡고 있고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야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군현 의원은 여당 사무총장, 우 의원은 야당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어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도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이 모임에서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권력 구조 개편안으로 내놨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임기 4년 중임의 국민직선으로 뽑고 외교·통일·안보 등 외치에 전념하도록 하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되 내치를 책임지고 행정 각부를 실질적으로 통할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 모임은 조만간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구성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때인 지난 1월 발족한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개정자문위원회(위원장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난 5월 23일 6년 단임의 분권형 대통령제와 국회 양원제, 국회의 국무총리 불신임권, 대통령의 제한적 국회 해산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내놓았다. 개헌추진 모임에 소속된 정의화 국회의장도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차차기(次次期)부터 적용한다는 조건으로 논란을 차단하고 통일 대비 헌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현재의 헌법으로는 ‘승자독식’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극단적 대립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행 헌법은 27년 전 대통령직선제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지만 세계화·정보화 등 21세기 새로운 추세와 변화된 시대정신을 담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 단순한 권력 구조 개편뿐 아니라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청산하지 못했던 국민의 기본권 제약 사항들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후 국민투표를 통해 유권자 과반수 투표와 과반수 찬성이 있을 때 가능하다. 여야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 다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절차인 셈이다. 특히 개헌이 권력 구조 개편과 절대적으로 연관된 만큼 정치역학적으로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 한번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파괴력을 가진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쉽게 논의를 수면 위로 꺼내놓기 어려운 점도 있다.

지금까지 개헌 논의가 꾸준히 이뤄졌음에도 실제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했다가 당시 야당들이 일제히 반대해 무산됐다. 18대 국회에서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를 꺼내고, 이주영(당시 한나라당)·이낙연(당시 민주당)·이상민(당시 자유선진당) 의원을 공동대표로 한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국회의원이 186명이나 참석하는 등 개헌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대선 때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던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이란 게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 같이 모두 거기에 빠져들어서 이것저것 할 것을 못 한다”며 “올해는 다른 생각 말고 우선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부정적 기류와 개헌 시점 잡기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정치권에서는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를 개헌의 최적기로 보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는 20대 총선 준비가 본격화되고 자칫 박근혜정부 흔들기로 해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개헌은 1987년 이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은 열린 자세로 한 발 물러서고 국회가 개헌 논의의 주체가 돼서 시대적 과제인 개헌 문제를 19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