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낭만적이면서 현실적인 심리게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애란 평범했던 사람조차 롤러코스터와 같은 감정기복에 빠뜨리는 일종의 심리게임 같은 인간관계의 한 유형이다. 연애의 사전적 의미는 ‘두 사람이 상대방을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여 사귀는 것’이지만 실상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 싸움이다. 심리적 밀고 당기기라는 이른바 ‘밀당’을 하면서 재미와 짜증이 동시에 밀려오는 아주 흥미로운 감정놀이라는 것이다. 또한 연애는 낭만적인 것 같지만 대단히 현실적인 인간관계이기도 하다. 경제적 격차를 뛰어넘게 해주는가 하면, 경제적 이유 때문에 파탄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 연애이기 때문이다.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오해로 어긋난 청춘남녀의 연애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감정의 교류로 풀어내면서 연애의 낭만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담아낸 로맨틱코미디이다.

아버지의 자살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한여름(정유미)은 그 누구보다 연인의 위로가 절실하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녀의 연인 강태하(문정혁)는 정작 그녀를 위로하기보다 바쁜 자신이 이해받기를 바라다가 연애가 시작되었던 장소에서 결별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결별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로맨틱코미디에서 오해는 갈등을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오해 때문에 연인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것이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오래된 관습이다. 이 드라마 역시 오해와 이해의 서사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전개하지만 헤어진 옛 연인의 ‘기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의 로맨틱코미디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5년의 시간이 지나 한여름은 성형외과 의사 남하진(성준)과 그 어느 커플보다 달콤한 연애에 빠져 있고, 이별 이후 건설 일에만 몰두하던 강태하가 우연히 다시 만난 한여름과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 주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인지한다.

기억의 재구성은 뒤늦게라도 오해를 풀고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서사 전략의 일환이다. 오해로 점철된 기억의 재구성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단초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강태하와 한여름의 오해와 갈등이 서로 마주 보지 못하고 집착과 미련으로 뒤엉킨 관계 때문에 죽음으로 결별했던 한여름 부모의 비극적 사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극적인 상황은 연애와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한여름 부모의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으로서의 연애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버지의 충격적인 죽음으로 인한 한여름의 상처를 뒤늦게 인지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읊조리는 “난 사랑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는 놈이라는 걸 알았다”라는 강태하의 독백이 깊은 울림을 주는 것도 그래서이다.

이 드라마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연애를 통해 정신적 성장을 하는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하지만 연애의 현실성보다 낭만성에 무게중심을 둠으로써 고단한 현실의 중압감에 눌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는 우리 시대 청춘의 세태를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연애와 같은 개인의 일상적 행복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일상의 소소함이 판타지에 현실성을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연애의 발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우리 시대의 청춘남녀가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연애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로맨틱코미디의 달콤한 연애 감정을 소비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풍토가 만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