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클럽 세트’ 들고 병문안 온 친구덕에 얼떨결 입문… 첫 라운드날 나무밑서 연습하다 드라이버 두동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골프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점입니다.”

한삼화(68·사진) ㈜삼한 C1 회장은 “골프가 좋은 이유를 수백 가지도 넘게 나열할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으뜸이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경북 예천에 15만㎡가 넘는 국내 최대 벽돌제조 기업을 일궈 온 그는 골프는 벌(罰)과 상(賞)의 정확한 룰이 있기에 멋진 스포츠라고 단언했다. 그는 “페어웨이에 공을 정확하게 보내지 않으면 러프로 빠지고, 여기서 벗어나도 훨씬 더 어려움을 겪는 벙커나 해저드가 기다려 OB가 되고 만다”면서 “인생 또한 골프를 통해 배울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이 OB선에 있다면 그냥 갖다놓고 치거나 디벗 안에 들어가면 자기에게 편리한 쪽으로 쳐도 되지만 룰이 있기에 어려운 샷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기관리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 때문에 그는 골프 룰을 알면 알수록 신사적이라고 했다. 사회생활로 말하자면 확고한 질서가 있고, 이런 게 사람에게 인내를 가르쳐 주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그가 골프를 배운 것은 1982년부터이니 올해가 33년째다. 젊은 시절 테니스를 치던 그는 골프를 배우면서 너무 재미있어 다른 운동을 모두 접었다. 테니스를 최고의 운동으로 알았던 그는 1981년 눈 망막에 이상이 왔다. 테니스를 쳐도 공을 제대로 받아 치지 못했고, 운전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전부터 골프를 왜 안 치냐며 닦달하던 친구들이 “이참에 편안한 골프나 배우라”며 아예 골프채 한 세트를 병문안 선물로 갖고 왔다. 처음엔 펄쩍 뛰었지만 시력이 회복되자 몰래 골프채를 들고 3일 동안 연습을 다니다 친구에게 들켰다. 다음날 바로 친구들 손에 이끌려 경북 경산의 대구골프장에 갔다. 4일 연습하고 머리를 얹으러 간 셈. 긴장했던 그는 친구들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로 몸을 푸는 모습을 보면서 중코스 1번홀 나무 아래에서 따라했다. 몇번 조심스레 몸을 돌리다가 풀스윙을 하는 순간 소나무 가지에 맞은 드라이버가 반토막났다. 제대로 샷도 하지 못한 채 드라이버를 부러뜨린 그는 7번 아이언으로 그날 라운드를 마쳤다. 예상대로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고, 공을 굴리다시피했으며 파, 보기도 뭔지 몰랐다.

이후 그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홀로 골프장에 갔다. 당시만 해도 입장료만 내면 몇바퀴 돌아도 상관없던 시절이었고, 2시간반 만에 18홀을 돌고도 오전 8시면 회사로 출근할 수 있었다. 오후 5시쯤 일을 마치고 또다시 혼자 코스로 나갈 만큼 골프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이렇게 하니 1년반 만에 대구골프장에서 공인 싱글(핸디캡9 이내)로 인정을 받았다. 재미가 있었으니 그만큼 골프에 전념했었다고 회상했다. 공식대회에서 핸디캡9 이내(81타)를 몇번 쳤는지 심사를 받아 싱글회 모임 가입자격을 얻었다. 사실 이전에 75타를 쳐 봤고 이후 75∼80타 이내를 줄곧 쳤다. 싱글회에는 골프만 잘 친다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매너나 평판도 중요했다. 그래서 대구골프장 운영위원장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고, 제주 엘리시안골프장의 경기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과 골프장의 신뢰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직책이다. 그는 “골프장에 가서 최소한 엉뚱한 짓은 안 하니까 만들어 준 것 같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베스트 스코어는 1991년 대구골프장에서 프로를 포함해 챔피언들과 함께 백티에서 68타를 쳤다. 이전에 1언더파를 여러 번 쳤고 4언더파를 친 이후 2언더파를 치기도 했다. 클럽챔피언 도전은 여러 차례 했지만 1987년 대구골프장에서 준우승, 제주 엘리시안골프장 챔피언전 3위를 두 차례 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이때만 해도 그의 비거리는 대구골프장에서 가장 길고 어려운 서코스 4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로 티샷해 2온을 시킬 만큼, 250m는 너끈히 보냈지만 이젠 매년 10m씩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한다. 올해는 3오버파(75타)를 서너 번 친 게 최고이며 보통 77∼81타 이내는 10번 중 8차례 정도는 들어간다고. 홀인원 한 번 못했지만 이글은 적어도 30여 차례 이상을 기록했다. 대구골프장에서 서코스 1번홀(파5)에서 7차례를 비롯, 이곳의 파4, 파5홀에서 대부분 이글을 해봤을 정도다.

하루에 벽돌 30만 장을 생산할 만큼 이 분야 1위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돈을 벌면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릴 법도 하지만 40년 가까이 한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벽돌산업은 신세대들이 보면 시시한 업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건축자재 중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자부심에 넘쳐 있다. 양질의 황토로, 단열성이 가장 뛰어난 흙으로 만든 벽돌은 천연적으로 습도조절, 악취제거, 원적외선 방출, 탄소를 흡수해 주는 재료라는 것. 그 역시 아파트에서 살지만 집안 내부 모두 벽돌을 발랐을 정도다.

경산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한삼화에게 골프란 = 어떤 기량을 갖고 있든지 마음이 흔들리면 좋은 스코어를 끝까지 가져오지 못한다. 한샷 한샷을 할 때 준비를 해서 자기가 갖고 있던 기량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