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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팀장의 북레터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10일(金)
지금 내게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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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의 집에 불이 난다면 무엇을 들고 나오겠습니까?”

이 간단한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답을 하려면 누구나 실용적인 것, 가격이 비싼 것, 추억이 깃든 감정적인 것들 사이에서 갈등을 해야 하고, 나의 관심사, 살아온 배경, 삶의 우선순위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선택되겠지요. 심심풀이로 펼친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포스터 헌팅턴 엮음 / 앨리스)이 감동적이었던 이유입니다.

책에는 전 세계 다양한 나이,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불이 났을 때 들고 나올 물건 목록, 짧은 이유 그리고 이들을 담은 한 컷의 사진을 엮은 간단한 책입니다. 솔직히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이는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청년 헌팅턴이 어느 날 밤, 친구들과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난 상대에게 어떤 질문을 할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다 시작됐습니다. 그가 “당신 집에 불이 났을 때 무엇을 챙겨 나올 것인가”라고 묻자 같은 테이블에 있던 친구들이 즉각 답을 했습니다. 한 여성 사진가는 핫셀블라드 카메라와 최대한 많은 필름통을, 한 음악가는 깁슨 레스폴 기타와 자신의 첫 노래 가사를 휘갈겨 쓴 오래된 종이 냅킨을, 또다른 친구는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준 ‘분노의 포도’ 초판본을 선택했습니다.

헌팅턴은 대답들이 사람의 관심사뿐 아니라 내밀한 인간적인 삶을 드러낸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주변 친구 10명의 목록으로 ‘버닝하우스 프로젝트(www.theburninghouse.com)’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몇 시간 후 매사추세츠에서, 한 시간 후엔 영국에서 목록이 날아왔습니다. 그 뒤 헌팅턴은 인터넷 독자들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로키산맥과 서부해안 수천㎞를 헤매고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의 목록을 모았습니다. 비싼 유품들의 과시가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의미가 담긴 포스트들을 골랐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트럼펫,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2차 세계대전 훈장, 대학으로 떠나던 날 밤 아버지가 베개 밑에 넣어놓은 노트와 사진, 첫 데이트를 했을 때 그녀(지금의 아내)와 결혼할지 안 할지를 두고 친구와 내기해 서명한 각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물개 인형, 남자 친구가 그려준 그림, 세상을 떠난 고양이 웨일런의 뼛가루…. 삶을 함께한 소중한 사람들, 자신의 삶이 담긴 흔적들이 대부분입니다. 간단한 목록과 짤막한 이유 뒤에 자리한 삶의 이야기에 마음이 애틋해집니다.

물건이 넘쳐나고, 무엇을 소비하느냐가 나를 말하는 시대라지만 정작 위급한 순간에 들고 나올 소중한 물건은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불이 났을 때 무엇을 갖고 나올지 써보십시오. 당신이 고른 물건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줄 것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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