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9.22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북팀장의 북레터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10일(金)
지금 내게 소중한 것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만약 당신의 집에 불이 난다면 무엇을 들고 나오겠습니까?”

이 간단한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답을 하려면 누구나 실용적인 것, 가격이 비싼 것, 추억이 깃든 감정적인 것들 사이에서 갈등을 해야 하고, 나의 관심사, 살아온 배경, 삶의 우선순위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선택되겠지요. 심심풀이로 펼친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포스터 헌팅턴 엮음 / 앨리스)이 감동적이었던 이유입니다.

책에는 전 세계 다양한 나이,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불이 났을 때 들고 나올 물건 목록, 짧은 이유 그리고 이들을 담은 한 컷의 사진을 엮은 간단한 책입니다. 솔직히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이는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청년 헌팅턴이 어느 날 밤, 친구들과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난 상대에게 어떤 질문을 할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다 시작됐습니다. 그가 “당신 집에 불이 났을 때 무엇을 챙겨 나올 것인가”라고 묻자 같은 테이블에 있던 친구들이 즉각 답을 했습니다. 한 여성 사진가는 핫셀블라드 카메라와 최대한 많은 필름통을, 한 음악가는 깁슨 레스폴 기타와 자신의 첫 노래 가사를 휘갈겨 쓴 오래된 종이 냅킨을, 또다른 친구는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준 ‘분노의 포도’ 초판본을 선택했습니다.

헌팅턴은 대답들이 사람의 관심사뿐 아니라 내밀한 인간적인 삶을 드러낸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주변 친구 10명의 목록으로 ‘버닝하우스 프로젝트(www.theburninghouse.com)’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몇 시간 후 매사추세츠에서, 한 시간 후엔 영국에서 목록이 날아왔습니다. 그 뒤 헌팅턴은 인터넷 독자들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로키산맥과 서부해안 수천㎞를 헤매고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의 목록을 모았습니다. 비싼 유품들의 과시가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소중한 의미가 담긴 포스트들을 골랐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트럼펫,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2차 세계대전 훈장, 대학으로 떠나던 날 밤 아버지가 베개 밑에 넣어놓은 노트와 사진, 첫 데이트를 했을 때 그녀(지금의 아내)와 결혼할지 안 할지를 두고 친구와 내기해 서명한 각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물개 인형, 남자 친구가 그려준 그림, 세상을 떠난 고양이 웨일런의 뼛가루…. 삶을 함께한 소중한 사람들, 자신의 삶이 담긴 흔적들이 대부분입니다. 간단한 목록과 짤막한 이유 뒤에 자리한 삶의 이야기에 마음이 애틋해집니다.

물건이 넘쳐나고, 무엇을 소비하느냐가 나를 말하는 시대라지만 정작 위급한 순간에 들고 나올 소중한 물건은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불이 났을 때 무엇을 갖고 나올지 써보십시오. 당신이 고른 물건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줄 것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바닷물속 청혼 도중 익사… “최고의 날이 비극으로”
▶ 골프장 이사들, 캐디 성추행하고 모텔 유인… 징역·벌금형
▶ 질투 때문에… 아기 분유에 세제 섞은 가사 도우미
▶ 도쿄 아사쿠사에서 일본인과 프리허그를 하면서…
▶ 가수 케이윌, 경부고속도로서 교통사고…“큰 부상 없어”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한 미국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러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익사했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
mark경인아라뱃길서 체육복 입은 2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mark이승철 “성대수술후 은퇴도 생각… 묵언수행 1년만에 고음 되찾..
정경심 소환 임박…‘5촌조카와 10억 횡령’·‘상장위조..
검찰 ‘패스트트랙 충돌’ 본격 수사…김관영 의원 첫..
질투 때문에… 아기 분유에 세제 섞은 가사 도우미
line
special news ‘보이스 코리아’ 우혜미,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우혜미(31)가 세상을 떠났다.22일 가요계에 따르면 이틀 전부터 지인들의 연..

line
경인아라뱃길서 체육복 차림 20대 자매 숨진 채 발..
두산, 연장서 LG 페게로 홈런에 ‘덜미’…선두 SK와..
류석춘 ‘위안부 매춘 발언’ 후폭풍…연세대 총학·동..
photo_news
가수 케이윌, 경부고속도로서 교통사고…“큰 ..
photo_news
“손흥민 속눈썹이 오프사이드?”…비디오 판정..
line
[Review]
illust
삭발로 ‘野性’ 보여준 황교안… 챔스서 종횡무진 ‘황소’
[골프와 나]
illust
“잘하기보다 해저드 피하는 게 우선… 인생도 골프처럼”
topnew_title
number 도쿄 아사쿠사에서 일본인과 프리허그를 하..
골프장 이사들, 캐디 성추행하고 모텔 유인..
KLPGA에 신인 임희정 돌풍…최근 4개 대회..
화성 용의자 30년전 왜 촘촘한 수사망에 안..
hot_photo
현아, 대학축제서 치마올리기 퍼..
hot_photo
여성 모델, 유적지서 반라 촬영했..
hot_photo
유승준 측 “병역기피 아니었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