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3D영상으로 사고상황 재연… 車보험사기 적발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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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등 영향 탓에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다 보니 교통사고를 가장해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일명 ‘나이롱환자’들이 늘면서 부당 지급한 보험금이 한 해 1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 사기로 부당 지급된 보험금은 지난해 1138억 원에 달했다. 2010년 733억 원과 비교하면 55.3%나 늘어난 것이다.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 사기가 횡행하다보니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마디모 프로그램’이 관심을 받고 있다. 차량 파손 상태 등을 통해 탑승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실제 아픈 환자인지, 아프지도 않은데 뒷목만 잡고 내린 것인지 판가름해주는 것이다. 마디모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용되고, 어떻게 신청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본다.

1. 마디모 프로그램이란

마디모(MADYMO)는 ‘MAthematical DYnamic MOdels’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네덜란드 응용과학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교통 상해사고 감정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서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교통사고 당시 노면(路面) 흔적, 차량 파손 상태, 동영상 등을 토대로 분석한다. 분석 작업을 통해 교통사고 충격이 탑승자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뒤 경찰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 대형사고는 물론, 경미한 교통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2. 결과는 어떤 식으로 나오나

마디모는 차량 파손 상태, 도로에 남은 흔적, 피해 차량과 가해차량의 속도와 방향, 충돌 각도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탑승자가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상 정도를 6단계로 표시해주고, 3D 영상 등으로 사고 상황을 재연해준다.

이를 통해 경찰이나 국과수는 운전자나 피해자가 사고 당시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는지 판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미한 접촉사고에서 피해자가 뒷목을 잡고 내려 전치 2주 진단을 받고는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사고 상황을 마디모에 입력하면 ‘추돌 충격에 앞차가 전진한 속도는 시속 7∼8㎞로 추정되며, 이 정도로는 전치 2주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식으로 판정해준다.

그러면 가해자는 보상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심할 경우 이 자료를 근거로 피해자를 보험 사기로 형사처벌해 달라고 신고할 수 있다. 다만 마디모는 상황을 판단하는 자료일 뿐, 그 자체가 법적효력을 지니지는 못한다.

3. 최근 마디모 신청 급증 이유

경찰이 국과수에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사건에 마디모를 활용하기 시작한 2010년에는 의뢰 건수가 3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130건, 2012년 250건, 2013년 1250건으로 마디모를 활용한 첫 해에 비해 38배가량 늘었다. 특히 올 들어 1분기 동안만도 1500건을 기록, 지난해 의뢰 건수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해 3분기부터 경미한 교통사고에 대해 마디모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제 경찰청은 최근 전국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나이롱환자 등을 가려내기 위해 경미한 교통사고 조사 시에도 마디모를 적극 활용하라”고 수차례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을 확대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4. 보험 사기 적발 효과

‘꾀병’ 환자를 가려내는 데 즉효인 데다, 신청자가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억울한 가해자와 보험사들이 마디모 프로그램 신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히 통계는 낼 수 없지만, 요즘은 교통사고 10건 중 1건 꼴로 마디모를 거치는 것 같다”며 “특히 보험사들이 앞다퉈 마디모를 의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보험업계에서는 마디모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면 보험 사기, 과잉진료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일부 보험회사는 마디모 프로그램 결과가 법적 효력을 지닐 수 있도록 관련법이나 시행령이 개정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 활용 사례는

마디모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인들이 억울한 사고를 당했을 때 마디모 활용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모(44) 씨는 지난 9월 운전 중 귀가하던 직장인 김모(32) 씨를 차량 사이드미러로 치는 사고를 냈다.

큰 타격은 아닌 듯했는데 김 씨는 사고 이후 왼쪽 팔에 통증이 심해 병원 치료를 받게 됐다며 이 씨에게 치료비를 요구했다. 이 씨는 말도 안 된다며 신고했고, 경찰은 마디모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분석 결과 상해를 입힐 정도의 큰 충격을 준 사고는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경찰은 김 씨가 발급받은 병원 진단서가 아닌 마디모 분석 결과에 근거, 이 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대학생 이모(24) 씨는 이달 초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앞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접촉사고를 냈다. 아주 천천히 운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차도 외관상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상대방은 상해 진단서를 내밀며 합의금을 요구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한 이 씨는 경찰에 마디모 분석을 신청했고, 조사 결과 ‘아주 경미한 사고였기 때문에 큰 충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마터면 덤터기를 쓸 뻔했던 이 씨는 마디모 덕분에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6. 마디모 활성화로 인한 역효과

마디모 의뢰가 ‘남발’ 수준으로 활용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똑같은 사고라도 개인마다 부상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마디모가 기계적으로 부상 정도를 결론 내리는 게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신경계통 부상은 마디모가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해 몸이 아픈데도 마디모를 면죄부 삼아 보험사가 치료비 지급을 거부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경우 마디모 분석 때문에 억울하게 나이롱환자로 전락한 피해자들은 법원에서 권리를 찾아야 하지만, 수백만 원에 이르는 소송비용을 들이고도 승소를 장담할 수 없어 마디모의 판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 또 다른 부작용은

최근 인터넷에는 교통사고를 내도 치료비를 물지 않는 방법으로 마디모가 소개되는 경우도 있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가해자들에게 마디모 의뢰를 권유하는 글들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경미한 사고를 당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는 ‘경찰에 정식으로 사고 접수를 하라’고 하면 된다”며 “이래도 계속 아프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디모를 통해 부상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보험 사기로 고소하겠다’고 말하면 대부분 꼬리를 내릴 것”이라고 대처요령을 밝혀놓았다.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혀 벌금이나 벌점, 그리고 치료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가해자 입장에서 마디모는 손해를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8. 마디모의 운용 한계는

마디모가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은 마디모 운용의 한계로 꼽힌다. 국과수에서 마디모 분석을 담당하는 직원이 5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사고 1건을 제대로 마디모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서류 검토부터 속도 측정, 충격부위 조사, 블랙박스 영상을 통한 3D 재연까지 꼬박 1주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체 의뢰 건수에서 20% 정도만 마디모 분석을 하고 나머지는 유사한 사고의 분석 결과나 비슷한 사고를 분석한 해외 논문 등을 활용해 판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피해 조사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마디모를 적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의뢰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 교통사고 조사 관행 변화

마디모 분석기법을 도입하기 전 경찰의 교통사고 판단기준은 사고 정황과 당사자 진술, 의사의 진단서 등이 전부였다. 특히 상해 진단서는 형사입건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횡단보도 사고나 불법 유턴 등 10대 과실행위는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2주 이상 진단을 받으면 형사입건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2주 이상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관이 의사의 진단서에 의존하지 않고 마디모 분석 결과 등을 적극 반영하면서 이 같은 보험 사기를 걸러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 사람들이 마디모 분석 때문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10. 마디모 신청은 어떻게 하나

마디모 분석 의뢰 여부는 사고 조사를 맡은 조사관이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조사관이 사고 당시 정황이나 진단서만으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때 쓰는 최후수단인 셈이다.

사고 당사자가 마디모 분석을 원할 경우에는 관할 경찰서 교통조사계에 신청하면 된다. 이때 사고현장과 차량파손 상태 등을 사진으로 남겨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사고 당사자가 경찰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관련 진술을 마치면 경찰은 차량사진, 블랙박스 동영상, 진단서, 정비 견적서 등 관련 자료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겨 마디모 분석을 의뢰한다. 마디모 분석 의뢰가 크게 늘면서, 국과수가 이를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 최근에는 도로교통공단도 분석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손기은·이근평·강승현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