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시작 맞춰 ‘피케팅’ 놓쳤다면 새벽 ‘취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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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팅 각오하고, 취케팅 힘쓰고, 마지막엔 새벽 산책’. 다양한 볼거리가 쏟아지는 연말 연초. 예매 창 하얀 좌석(매진)을 보며 한숨짓지 않으려면 기억해야 할 3계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이나 연인에게 소홀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364일을 밉보였어도 멋진 공연 2시간이면, 단숨에 만회할 수 있다. 문제는 11월부터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그리고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는 새해 초까지 ‘티케팅 전쟁’이 벌어진다는 사실. 공연시장 최대 성수기라서 할인도 거의 없다.

김선경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티켓부문 팀장은 “11∼1월까지 뮤지컬과 콘서트 등 티켓 판매량이 2.5∼3배 증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표를 구한다. 공연 마니아들과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예매 전쟁에서 살아남을 묘수(妙手)는.

◇연말 예매 3원칙…피케팅→취케팅→산책 = 회사 내 공연 마니아로 통하는 이미라(여·40) 씨는 “공연 ‘덕후’(일본어 오타쿠(御宅·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가 한국식으로 변형된 단어)는 표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또 티케팅에 성공해도 더 좋은 자리로 옮기기 위해 취소 표를 수시로 확인한다. 새벽에도 예매사이트를 둘러보는 등 잠잘 새가 없다”고 전한다. 공연 ‘덕후’ 사이에서 매우 일반적인 이 과정은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취케팅(취소된 표 티케팅)→산책(예매 사이트에 상주)으로 요약된다. 피케팅은 예매 오픈 시간을 확인해 두고 예매 창을 열어 둔 후 ‘땡’ 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클릭하는 것. 일자별 출연 배우와 좌석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피케팅을 놓치면 더욱 피곤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바로 취케팅. 비율은 낮지만 취소 표는 늘 있다. 핵심은 표가 취소되는 시간과 나의 클릭이 만나는 타이밍. 인터파크, 예스24 등 대부분 공연 예매 사이트는 주기적으로 취소 표를 풀어준다. ‘덕후’ 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 표가 대부분 새벽에 나온다는 걸.

표를 못 구해도 취케팅을 하고, 자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한다. 이 씨는 “한 칸이라도 앞으로 가기 위해 취케팅은 필수다. 새벽 2∼5시에 이뤄지는데, 정확한 시간대는 비밀”이라고. 이 씨는 “취케팅을 하다가 취재예(자신이 취소한 표를 다시 예매하는 것)를 반복하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은 산책. 예매 사이트를 ‘공원’ 삼아 거니는 거다. 취소 표가 풀리는 시간대는 대개 정해져 있지만, 예고 없이 하얗던 좌석이 파랗게(예매 가능) 빛날 때도 있다. 그래서 사이트 상주가 필요하다. 말 그대로 ‘새벽 산책’. 취소 표는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재등록된다. 김선경 팀장은 “전날 0시부터 밤 12시까지 취소된 표들이 다음 날 새벽 2시 이후에 풀린다”고 귀띔했다.

◇공연 성수기…시즌권·수험생 혜택 활용 = 연말 티켓은 할인에 야박하다. 연중 공연을 자주 관람하는 마니아들은 유료 회원제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인터파크는 이와 비슷한 시즌권 상품(7700원)을 연말용으로 출시했다. 이른바 ‘티키 연말 시즌권’. ‘황태자 루돌프’ ‘원스’ ‘그날들’ ‘마리앙투아네트’ ‘지킬앤하이드’ 등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공연 예매 시 5∼2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선 예매도 가능하다. 횟수는 무제한. 김 팀장은 “판매 일주일 만에 3000장이 넘게 팔리는 등 연말 공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주변에 수험생이 있다면 그 ‘혜택’을 나누는 것도 저렴한 공연 관람의 한 방법. 요즘 각종 할인 이벤트의 주인공은 수능을 끝낸 고3이다. 예술의 전당은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을 수험생과 동반자 1인까지 전 좌석 50% 할인해준다. 지난 17일 마지막 티켓 오픈을 시작한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역시 수험생과 동반자 1인에게 할인 티켓을 판매한다. 21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사춘기’는 동반 1인까지 R석 3만 원, S석 2만 원. 아트서커스 ‘카발리아’는 ‘3 + 3 할인’을 마련했다. 수험생 3명이 관람 시, 동반한 3명은 무료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