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충북 진천군의 한 태양광발전소. 태양광 발전시설이 최근 지나치게 급증세를 보이면서 투자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노후용 투자권유 부추겨… 내년엔 올해의 2배될 듯
태양광 발전시설이 최근 2∼3년 사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투자 적색경보’가 켜졌다. 태양광 설비 급증에 따라 정부 정책만 믿고 투자한 영세 발전사업자들이 몰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지난 3일 ‘태양광발전소 투자 사업 추진 유의사항’이라는 이색적인 안내공문을 발표했다. 이 공문에는 지난 9월까지 준공된 태양광발전소 설비용량 1203㎿(6730개소)중 절반가량인 630㎿가 올 들어 설치된 용량이며, 올 신규건설분 중 40%(255.4㎿)가 7∼9월 3개월 사이에 집중될 정도로 지나치게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과도한 투자 수익률 홍보에 현혹되지 말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는 100%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준공 발전소만이 아니라 발전사업허가만 취득한 발전소도 장기입찰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투자’하지 말라는 등 경고성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무한자원인 태양광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활용하도록 적극 권장해야 할 기관인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태양광시설 급증추세 및 투자손실에 대한 경고’를 내보낼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신재생에너지센터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이면 올해의 두 배 이상 시설 용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넘쳐나는 태양광발전소 시설 급증세는 전남·북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도입된 2012년 1월 이후 전국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용량(1203㎿)중 전북 247㎿(20.5%), 전남 301.2㎿(25%)로 45.5%를 차지하고 있으며, 발전소 숫자에서도 전국 6730개소 중 전북 2554개소(37.9%), 전남 1173개소(17.4%)로 55.3%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남·북 일원을 돌다 보면 농촌 풍경답지 않게 논밭이나 임야, 건물 옥상 가릴 것 없이 우후죽순처럼 설치된 태양광 시설이 눈에 띈다.
일조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산업시설이 없는데다 풍력·조력 등 다른 발전사업에 비해 진입 장벽도 낮고 토지비용도 저렴해 전남·북권에 몰리고 있다는 게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태양광 설치 대행업체’까지 난립하며 ‘중장년층 노후 대비용 고소득 사업’이라는 그럴싸한 내용으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는 것도 또 다른 급증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같은 태양광발전소 시설 급증으로 지난 1년 사이 태양광 발전 소득은 반 토막 났다. 특히 100㎾ 급 기준으로 2억∼3억 원을 투자하면 월 300만∼400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태양광 설치 대행업체의 사탕발림에 거액을 투자했다 애를 끓이고 있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투자 적색경보의 근본 원인은 수요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이지만 태양광 발전의 소득 구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 수익은 계통한계가격(SMP)과 REC 판매수익으로 이원화돼 있다. 투자보조금 성격이 강한 REC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현물시장에서 1REC(1000㎾당 1장)당 20만 원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9만 원선으로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한전이 전력대금으로 지급하는 SMP마저 1㎾당 130원대로 10∼20%가량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 등이 원인이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정책당국은 REC 단가의 하락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발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초기투자비용 2억∼3억 원 정도는 7∼8년이면 회수할 수 있을 만큼 아직까지 사업성이 보장된다고 보고 있다.
REC 가격이 ‘0’에 가깝고 SMP로도 수익성이 보장되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구조에 한 발 더 다가선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최근 태양광 발전설비의 증가 추세로 볼 때 국내 14개 대형 발전소들이 사들이는 발전증서의 매입 한계치를 넘어서며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지고 가격 폭락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시장경쟁체제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가격경쟁력으로만 태양광 발전사업을 내몰 경우 사업 자체가 대규모 사업자 중심으로 쏠리면서 ‘생산전력 장거리 송전’이라는 불합리한 모순이 발생하며, 저가 공세에 밀린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의 시장 잠식도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한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인허가 규정 등을 강화해 (태양광 발전사업의) 시장 진입을 조절하든지, 14개 대형 발전소의 REC 구매 물량을 늘리지 않을 경우 영세 사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 같다”며 “주변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사업자들의 경우 아직도 시설 설비 대행 비용이 부풀려져 있는 만큼 거품을 제거해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출 신재생에너지센터 과장도 “태양광 부문의 지나친 투자 열기가 부담스럽지만 ‘시장논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태양광과 비태양광 시장을 통합(16년 이후)해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대형발전사와 장기계약이 가능한 태양광 판매사업자의 지원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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