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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2월 19일(金)
서양사 99개 장면엔 ‘한국의 현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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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사 편력 1,2 / 박상익 지음/푸른역사

이 편력의 목적은 ‘일깨움’이다. 저자가 ‘마음대로’ 엄선한 서양사 99개 장면이 잠들어 있던 ‘정신’을 번쩍 깨운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시대순으로 평범하게 구성된 듯 보이지만 이 장면들은 한국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만하다.

또한 책은 역사는 여행이자, 거울이면서 암기과목이 아니라는 진리를 설파한다. 유쾌하게 혹은 진지하게. 람세스, 한니발, 구텐베르크, 세르반테스, 파스칼, 홉스, 루이 14세 등이 등장하는 99개의 장면은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를 통해 서양사를 우리 현실과의 관련 속에서 이해하는 데 힘써온 박상익(역사교육) 우석대 교수가 고른 것이니 ‘믿고’ 읽을 수 있다.

1권은 고대부터 영국의 18세기까지, 2권은 다시 나폴레옹 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를 다룬다.

저자는 “만일 우리가 그 시간으로 돌아가 프랑스혁명기 유럽과 정조 시대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면 어느 편이 더 친숙할까? 공간적·지리적으로야 당연히 정조 시대를 가깝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기능적으로는 다르지 않을까?”라며 우리가 깨달아야 할 부분들을 서양사에서 끄집어낸다.

“로베스피에르는 1793년 후반 혁명정부의 주요 통치기관이었던 공안위원회를 장악하고 평등을 실현하고자 분투했지만 이듬해 반혁명세력에 의해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고 말았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평등주의, 민주주의 등의 실현이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중략) 로베스피에르와 오늘의 한국 사회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5쪽)

책은 사회를 깨우는 ‘기상나팔’로서의 역사를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소한 역사 사실도 함께 담았다. 예를 들면, 목숨보다 신용을 중요시한 16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빙하에 갇힌 선원들이 굶어 죽으면서도 시베리아의 고객들에게 배달할 식량과 모포에는 손대지 않았고, 불과 100년 전 프랑스에서는 목욕 중 자신의 알몸을 볼 수 없도록 한 학교 규칙 때문에 여학생들이 망토를 걸치고 목욕을 했다는 이야기들은 역사를 통한 ‘시간 여행’이다. 낯선 시공간 속에서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책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가 밀턴에게 바친 한 편의 소네트를 언급하며 ‘영국’을 ‘대한민국’으로 바꿔 읽어보라고 권한다. “밀턴, 그대야말로 우리 시대에 살아 있어야 하겠다. 영국은 그대를 요구함이 간절하다. 지금 이 나라는 괴인 물 썩어가는 늪 같으니. 교회도, 군대도, 문학도, 가정도, 웅장한 부호의 저택도 마음속의 행복을 잃었도다. 아, 우리를 일으키라, 우리에게 돌아오라. 그리하여, 우리에게 예의와 덕행과 자유와 힘을 달라. (후략)”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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