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油化업계 3600억 영업익 감소

제조원가 상승 경쟁력 상실

정부가 석유화학제품 원재료인 나프타 관세 환급액 축소를 검토함에 따라 저유가 여파에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18일 열린 기획재정부 차관회의에서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해 관세를 1% 부과하는 안이 상정·의결되면서 국내 생산 나프타를 원료의 절반가량으로 사용하는 LG화학·삼성토탈·롯데케미칼·SK종합화학·여천NCC·대한유화 등 국내 6대 석유화학사들은 막대한 관세를 납부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에 따라 저유가 여파와 중동 산유국 신·증설로 글로벌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가뜩이나 국내 업황 악화로 위기에 놓여 있는 석유화학사들은 제조원가 상승과 경쟁력 상실 위기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 정부는 석유·화학산업 진흥을 위해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꼽히는 나프타를 수입할 경우 3%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무관세를 적용했었다. 원유를 통해 나프타를 생산하는 경우에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할당관세 0%를 적용, 관세를 환급해 주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관세 부과 방침으로 관련 산업에서 약 3600억 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소 63%가 중소기업 피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함께 국내 업체들 대비 월등한 원가경쟁력(국내 생산원가 3분의 1 수준)을 가진 중동지역 수출제품과 대규모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더 상실하게 된 점이 특히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이 자국 산업보호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들의 경우 원재료에 대한 관세 철폐가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세수확보를 위한 안일한 대책으로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원유에 대해 실질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과 유사한 원유 수입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중국 등은 산업 경쟁력을 위해 원유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