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재야 법조계>회오리 몰고올 법률시장 개방… “집안싸움 말고 대비 나서야”

완전 개방땐 국내 합작 가능
낮은 단가로 시장 장악 점쳐

사법시험 출신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들 간 대립이 본격화되면서 각자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지만 정작 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거대한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대형 로펌이 국내 법률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법률시장을 3단계에 걸쳐 개방하기로 했다. 현재 2단계까지 개방된 국내 법률시장에서 외국 로펌들은 외국법 자문 업무에 국한된 사무만 처리해 왔다. 하지만 3단계 완전 개방이 되면 해외 로펌이 국내 로펌과 합작회사 설립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자유롭게 한국법 사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영국 등 유럽연합(EU)은 2016년 7월, 미국은 2017년 3월 완전 개방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30일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어떤 변화가 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부정적 측면에서 현재 변호사 업계 불황과는 비교하기 힘든 큰 변화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고 밝혔다. 법조계 주요 인사들은 국내 법률시장 전체 규모보다 더 큰 자본력을 자랑하는 다국적 로펌들의 국내 시장 잠식 시나리오를 제기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대략 ‘다국적 기업 진출→국내 스타급 변호사 등 대거 영입→단가 낮춰 사건 대거 수임→국내 법률시장 장악→수임 가격 대폭 상향’ 등으로 요약된다.

해외 로펌들은 이런 시나리오로 인해 자신들의 국내 진출이 부정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서인지 2단계 개방 때부터 경쟁자적인 이미지보다 협력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한국 법률시장을 차지하려는 점령군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로펌의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변호사들의 출신에 따른 ‘신구 경쟁’뿐 아니라 외국 변호사들까지 경쟁에 합류하게 되면서 법률시장의 주도권 다툼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출신·국적보다 어느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전문성을 갖추느냐가 변호사 선임의 잣대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집안 식구들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