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유로6’ 기준 맞춰 엔진개선·별도장치 필요… 가격인상 ‘기로’

9월부턴 중소형 승용차로 확대… 현대, 유니버스 등 경쟁력 강화

i40·쏘렌토 등 이미 기준 충족… 쌍용차도 관련기술개발 서둘러

최근 상용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다름 아닌 디젤차의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다. 유로6 때문에 차 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말부터 유로6 엔진을 적용한 신차 출시 소식까지 심심찮게 들린다.

국제 유가 급락과 함께 유로6 적용으로 디젤차의 급증세가 한풀 꺾이는 등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까지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로6가 정확히 무엇이고 자동차 시장 및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대기오염에 의한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 등을 막기 위해 자동차 관련 환경규제를 계속 강화해오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1992년 ‘유로1’이라는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규제를 도입해 3∼5년마다 단계를 높여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도 유사한 규제가 있지만 EU 규제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 역시 올해 1월부터 배기가스 규제를 유로6로 변경키로 했다.

유로6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동안 적용된 ‘유로5’ 대비 질소산화물(NOx)은 약 80%, 입자상 물질(PM)은 50%가량 줄여야 한다. 기존 차량을 기준으로 할 때 3.5t 이상 차종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유로6 규제가 적용됐고, 9월부터는 3.5t 미만의 중소형 승용차까지 확대 적용된다. 3.5t 미만의 중소형 화물차는 내년 9월부터 적용된다.

엔진이 바뀐 신차가 출시될 경우에는 적용 시점이 1년 앞당겨진다. 다만 규제 시행 이전 생산차량의 경우 3.5t 이상 트럭은 180일, 버스 및 3.5t 이하 승용 및 화물차는 90일까지 판매가 허용된다.

문제는 강화된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추가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별도의 장치를 장착하거나 엔진 성능 개선에 따른 개발비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에 따라 대당 최소 2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 이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제도를 시행한 EU의 경우 3.5t 이상 주요 화물 차종의 가격이 1600만∼1700만 원 정도 오르기도 했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유로6 규제가 시작됐고 기존 생산차량의 판매허용 기간 역시 오는 6월로 종료되는 상용차 부문부터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신차들을 내놓고 있다.

먼저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는 대형 트럭인 ‘뉴 트라고’와 대형 버스 ‘유니버스’의 유로6 모델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으로 모든 상용차 라인업을 유로6 기준에 맞춰 새롭게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2조 원을 투입해 대형 트럭을 생산하는 전주공장의 생산량을 현재 6만5000대에서 2020년까지 10만 대로 늘리는 등 상용차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타타대우 역시 지난 1월 말 대표 트럭인 ‘프리마’의 유로6 모델을 선보였다.

수입 상용차업체들도 앞다퉈 유로6 적용 신차를 내놓고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세계 1위 상용차업체인 다임러트럭은 지난 2월 26일 유로6 규제를 충족시키는 엔진을 적용한 대형트럭 ‘악트로스’와 ‘아록스’, 중형트럭 ‘아테고’, 미니버스 ‘스프린터’ 등을 공개하고 국내 판매에 들어갔다. 볼보트럭 역시 3월 초 유로6 모델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스카니아도 오는 4월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경쟁에 나선다. 9월부터 유로6 규제가 도입되는 승용차 시장도 변화의 바람이 불가피하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경우 유로6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9월 이후 신차가 출시된 ‘i40’를 비롯해 ‘i30’, ‘쏘렌토’, ‘카니발’, ‘그랜저 디젤’ 등의 모델은 이미 유로6 기준에 맞춰 생산·판매하고 있다. 다만 2500㏄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운데 ‘베라크루즈’를 단종시키고 ‘모하비’만 계속 생산키로 방침을 정했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역시 유로6 기준에 맞춰 관련 기술 개발 및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