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포경선 선원들의 死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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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서 / 너새니얼 필브릭 지음, 한영탁 옮김 / 다른

극한의 바다에서 흰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인간의 내면을 심도 있게 파헤친 고전소설 ‘백경’은 19세기 최대의 해양참사로 알려진 포경선 에식스호의 침몰과 조난 과정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백경’의 작가 허먼 멜빌은 젊은 시절 고래잡이 일에 뛰어들었다가 에식스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일등항해사의 아들을 만나 그의 아버지가 쓴 에식스호 조난기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서사시적인 픽션을 완성했다.

이 책은 에식스호의 탐험과 조난 현장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논픽션이다. 저자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9세기 포경 산업을 폭넓게 조사한 후 항해술, 해양학, 조선술, 고래 생태학, 굶주림의 심리학 등을 기록한 참고문헌과 자료를 독파했다. ‘백경’은 피쿼드호의 침몰과 선장의 죽음으로 마무리되지만 이 책은 에식스호가 성난 고래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에식스호에서 살아 남은 20명의 선원들은 세 척의 작은 보트에 나눠 타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며 갈증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동료의 인육까지 먹어야 했다. 94일 동안 절망과 고독 속에서 7200㎞를 떠다닌 이들 중 8명만이 살아 남았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