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核협상 타결 앞둔 시점… 루머 확산, 美네오콘·이스라엘의 이란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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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협상 잠정 타결 시한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3월 첫 주, 중동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사예드 알리 하메네이(75·사진)의 사망설로 시끄러웠다. 하메네이가 전립선암과 관련해 수술을 받던 중 상처를 회복하지 못해 숨졌다는 것이다. 중동 전문 블로거인 대니얼 레비도 지난 7일 트위터에 “매우 믿을 만한 정보원에게서 하메네이가 오늘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적었다. 앞서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지난 2월 28일 서방 정보 소식통을 인용, “하메네이의 전립선암이 4기에 달해 다른 장기에까지 퍼진 상태로 두 달밖에 수명이 남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핵 협상 시한 앞두고 터진 최고지도자 사망설 = 이란 국영 방송이 8일 테헤란 환경보호 행사에서 연설하는 하메네이의 모습을 내보내면서 소동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하메네이의 건강을 둘러싼 루머는 언제고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들어서만도 수 차례 제기됐던 하메네이 위독설 내지는 사망설에 대해 이란 정부는 적대적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이나 미국 네오콘 세력이 불안감과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일부러 뜬소문을 흘리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란 정부가 이례적으로 하메네이의 전립선 수술 사실과 병실 사진을 공개한 후 건강악화설은 한층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 이란이 서방과 역사적인 핵 프로그램 합의에 이르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하메네이의 신변 변화가 이란 안팎에서 가지는 함의는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사실상 모든 국가정책을 최종결정하기 때문이다.

◇하메네이 사망이 핵 협상에 미칠 영향 = 하메네이는 그동안 핵 협상과 관련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듯한 발언을 해오며 모호함을 유지해왔다. 보수파로 분류되는 하메네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력에 이란이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현재 이란이 보유한 원심분리기를 2∼5년 내 현재의 19배 수준인 19만 개로 늘려야 한다(2014년 7월)”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핵 협상 국면에서 하산 로하니 정부의 외교적 협상 타결 노력을 묵인하거나 지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왔다는 것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의 평가다.

21일 이란의 설 명절 노루즈를 맞아 행한 신년 연설에서 하메네이는 반미 구호를 외치는 청중들에게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는 협의 내용의 일부분이지 결과가 아니며, 협상이 타결됐을 때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협상 타결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메네이가 사망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전망했다. 최고지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이란 내 진보-보수 세력 간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고, 그 결과 핵 협상이 경로를 이탈하거나 현재에 비해 수준이 낮은 합의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심지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란의 보수적인 군 권력을 상징하는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의 일부 광신적 세력이 하메네이 사망 후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지도자운영회의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메네이 뒤를 이을 유력 후보자들 = 폐쇄적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후계 구도에 대해 드러난 것은 거의 없지만, 로하니 정부와 맞출 실용주의 세력이 부상할지 혹은 하메네이보다 더 강경한 극보수파가 집권하게 될지는 초유의 관심사다.

알자지라, 알모니터 등의 중동 언론에서 언급된 후계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후보들 중에서는 대법원장 출신의 아야톨라 마흐무드 하셰미 샤흐루디(66)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현 사법부 수장인 아야톨라 사데크 아몰리 라리자니(54) 등이 눈에 띈다. 하메네이의 아들인 사예드 모즈타바 호세이니 하메네이도 45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후보 중 하나로, 정계 막후에서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파 거물로 꼽히는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81) 전 대통령도 후보로 지목되고 있지만 보수파의 견제 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최고지도자를 결정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장으로 극보수주의 성직자인 무함마드 야즈디(84)가 선출되면서 보수 성향 후보가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WSJ가 ‘강경론자 중 강경론자’라고 묘사한 야즈디는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큰 표차로 앞서고 당선됐으며, 지난해 10월 지병으로 사망한 전임 의장의 잔여 임기 1년간 의장을 맡게 됐다.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온건한 성향의 후보자가 최고지도자가 되더라도 이미 이란 주요 정치 기관과 군부를 보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메네이 사후 누가 최고지도자가 되든지에 관계없이 이란의 외교 및 국내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