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세계자폐인의 날’… 자폐증에 대한 오해 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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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20대 자폐성 장애인 A 씨는 지난해 축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큰 상처를 받았다. 평소 스포츠 관람을 즐겨 하던 A 씨는 이날 혼자 경기장을 찾았고, 응원하던 중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은 여자 초등학생의 유니폼을 만지려다 손이 다리에 닿았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치한으로 오해받은 것이다. 그는 주변에 있던 남성들로부터 멱살을 잡혔고, 경찰 지구대에까지 끌려 갔지만 성추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해명할 수 없었다. 자폐성 장애인은 겉모습은 정상인과 똑같지만,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지조차 어려워 스스로 변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A 씨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법정에까지 서야 했다. 또 A 씨는 그 사건의 충격 탓인지 불면증·거식증 등의 스트레스 증세를 보여 4일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현재도 안정제를 투여하고 있으며, 좋아하던 스포츠경기 관람은 불가능해졌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폐인은 등록장애인 기준 2011년 1만6000여 명에서 지난해 1만9000여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등록되지 않은 자폐인까지 포함하면 4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4월 2일은 ‘세계자폐인의 날’이다. 자폐인을 이해하고 배려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세계자폐인의 날 행사는 올해로 8년째를 맞지만, 위의 사례처럼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자폐인을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크게 부족해 보인다.

또 대구의 한 자치구에서는 자폐인들이 낮 동안 생활하는 시설이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자폐인 보호자들이 노후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곳에 새 건물을 지으려고 했지만, 해당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면서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입주해 있는 시설도 건물 노후를 이유로 부동산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여서, 새 시설이 확정되지 않으면 자폐인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

협회에 따르면 이 같은 원인의 대부분은 자폐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배경에 있다. ‘자폐인들은 머리가 좋다’ 또는 ‘자폐인들은 폭력적이다’ ‘자폐는 유전이다’는 등의 편견이 자폐인을 비롯한 자폐인 가족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오해가 자폐인들은 머리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사회성과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지만, 기억·암산·퍼즐·음악 등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이 모든 자폐인에게서 나타난다는 오해에서 비롯됐다. ‘레인맨’ 등 유명한 영화에 특별한 능력을 갖춘 자폐인들이 나온 것이 부각된 탓이다.

하지만 자폐인 중 10% 정도만 특정 분야에서 일반사람들보다 다소 독특한 재능을 소유하고 있고, ‘레인맨’ 등의 영화 주인공과 같은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수치는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하다. 이 같은 오해는 ‘자폐인들이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스스로 잘 지낼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폐인은 주변의 배려와 도움 없이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또 자폐인들은 쉽게 흥분하고 폭력적이라는 인식도 오해다. 자폐인에게는 ‘감각 이상’ 증상이 있어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별로 시끄럽지 않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사람 말소리에 지나치게 둔감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교 종소리 등이 자폐아동에게는 굉장히 예민하게 들릴 수 있는데, 이때 불안해하는 반응을 보고 이유 없이 불안하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특히 자폐인 가운데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먼저 공격하는 사례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오히려 대부분은 수줍고 겁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폐인들이 항상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도 잘못된 생각이다. 감각 이상 탓에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함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늘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즐겁고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며, 정서적으로 평안함을 보일 때도 많다. 자폐아동에 따라 분노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상황을 이해하면 중지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다.

자폐인들이 외부와 단절된 채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특정한 사건이나 사물에 집중하거나 집착할 때에 외부의 자극을 간과할 경우가 있고, 언어 및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해 자신의 표현을 상대에게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할 때가 있어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 실제로 자폐인들은 그들의 표현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나 교사, 부모들과 활동할 때 폭넓게 상호작용을 한다.

자폐가 유전적 원인 때문이라거나, 부모가 태교를 잘못해서 나타났다는 등 자폐인 가족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도 오해다. 자폐 유병률은 경제 및 교육 수준, 인종, 문화, 국가, 언어와 관계없이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자폐인들이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전체 장애인의 취업률은 20∼30%에 달하지만, 자폐인의 취업률은 전체 장애인의 3% 수준에 그친다. 또 자폐인 중에 결혼한 사례는 아직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장애다. 치료를 통해 자폐가 없는 상태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한 빨리 진단해 필요한 교육과 도움이 되는 치료들을 시작하면 행동상의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