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성과금 나눠 갖는 ‘몰염치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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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공무원 인건비 지급의 원천은 재정, 즉 나라 살림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매일매일의 삶이 세금과 연결돼 있고, 가처분소득을 강제로 줄이는 내용이라 엄격한 조세법률주의가 적용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출에 있어 예산법률주의는 적용되지 않지만 지출 결정에 해당하는 예산 편성과 심의, 집행 과정은 국가재정법과 각종 인건비 관련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준수된다.

인건비는 정부 지출의 가장 중요한 항목의 하나라는 점에서 성과 인센티브를 포함한 지급 방식에 대해서 법과 시행령, 각종 지침 등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과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지침 등이 가장 중요한 관련 규정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호봉제를 근간으로 하는 연공제적 인건비 지급이 공직의 생산성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큰 틀에서의 개혁 차원의 연봉제적 성격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지도 이제 15년여가 흘렀다.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만이 아니라 공공기관 종사자들까지도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성과상여금 제도가 광범위하게 도입, 적용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성과상여금 제도는 각종 인건비 관련 지침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어 제도의 실효성은 강제력을 수반하게 된다. 특히, 경영실적평가를 적용받는 공공기관들의 경우 인센티브 차등 폭이 매우 커서 이를 둘러싼 공공기관 운영 당국과 노조 측의 갈등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 현장에서의 순응 정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역사적으로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공동체 문화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혁신이 그만큼 어려운 여건이라는 진단이다. 공무원 업무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게 돼 있는 성과상여금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눠먹기식으로 편법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상여금을 거둬들여 편법으로 재분배하는 관행은 광주 서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과거에 비해선 줄었지만 여전히 일부 지자체에서 이런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성과상여금제를 도입했고, 2003년 전국 지자체로 확대했다.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규정에 따르면 성과상여금은 ‘S, A, B, C’ 등 총 4개 등급으로 차등 지급된다. S등급은 지급액 기준(5급 355만5800원)으로 172.5% 이상, A는 125%, B는 85% 이하를 받고, C등급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공무원노조는 지급받은 상여금을 다시 거둬들여 나눠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며 교원들의 경우도 이러한 사례가 주기적으로 보고되곤 한다.

공무원의 인건비 지급의 원천은 세금이다. 공공부문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경쟁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받아들여 규정화한 것이 성과상여금 제도다. 적법한 과정을 거쳐 제도화된 성과상여금 제도를 무력화하는 작금의 균등 재배분 관행은 온당치 않다. 성과상여금 제도를 형해화하려는 시도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모습이다. 공공부문의 존재 근거는 세금을 부담하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이고 이는 철저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법과 제도를 정당한 개정 절차 없이 무시하는 그 어떠한 행동도 설득력이 없다. 법치국가에서 공무원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민에게 세금을 내라, 법을 지키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