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성완종 공방’ 계기로 본 특별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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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자 선정 때부터 靑개입 ‘보은·정치 사면’ 비판 불러

노무현정부 당시 이뤄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을 두고서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사면은 국가 사법 작용의 예외적인 조치로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남발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특별사면을 두고 뒷거래가 오간 사례도 있어 또 다른 범죄를 낳는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방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특별사면 제도의 취지와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알아본다.

1. 역사적, 법률적 근거는

특별사면은 정치적 격동기에 잦은 정변(政變)으로 피해를 입은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해 과거부터 시행돼 왔다.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화합을 목적으로 시행되기도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삼권분립을 시행하는 국가에서 사법권 남용으로 불합리하게 형벌이 부과된 경우 행정부가 이를 시정함으로써 입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사회통합을 추구한다는 명분이 특별사면의 근거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헌법 79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사면의 근거가 되는 사면법이 지난 1948년 8월 제정돼 시행돼 왔다.

2. 특별사면과 일반사면의 차이는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범죄의 종류와 기준 등을 정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해 형 선고의 효과나 공소권을 소멸하는 일반사면과는 구분된다. 일반사면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법 79조 2항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해서 특별사면보다는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반면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3. 특별사면 절차는

법무부 장관은 대상자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을 상신한다. 하지만 대상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대 특별사면에서 법무부가 명단을 올릴 때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쳐 정치인과 기업인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특별사면은 정치사면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통령은 상신받은 명단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뒤 최종적으로 사면 대상을 결정한다. 2008년 3월부터 법무부 장관이 상신 전 외부인사가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했지만 성완종 전 회장이 사면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은 성 전 회장 두 번째 사면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무부는 성 전 회장의 특사를 거듭 반대했다”고 밝혀, 사실상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4. 역대 정권 특별사면 실시 현황은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 기간 중 설·추석 등 명절 및 광복절과 같은 경축일을 계기로 삼아 수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영삼정부에서 9차례로 가장 많은 특별사면이 이뤄졌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각각 8차례, 이명박정부에서 7차례 있었다. 집권 3년차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딱 한 차례 특별사면권을 행사해 전임자들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특별사면 대상에는 과실범과 초범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기업인과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 측근 정치인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에 정치인·기업인들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하기도 했다. 임기 말 특별사면된 정치인·기업인은 김대중정부 때는 1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노무현정부(75명), 이명박정부(55명)가 뒤를 이었다.

5. 논란이 됐던 특별사면 사례는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대거 사면해 논란이 된 적이 많았다. 2013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김효재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안희정 충남지사,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 등 측근 인사를 사면했다.

전 정권 보은 사면 논란도 뜨거웠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김대중정부 핵심 인사였던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특별사면·복권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 씨를 부분 사면 조치하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씨를 특별사면한 적이 있다. 이명박정부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단독사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6. 제한하는 법조항은

사면법상 특별사면 대상자는 형을 선고받은 자로 정하고 있어 기소돼 재판이 확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 없이 모두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도 받을 필요가 없다. 현재는 민간 위원이 포함되는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 사면심사위가 유일한 견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행사된다는 지적에 따라 2008년 3월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면심사위가 구성됐다. 총 9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외부 위원이 4명 이상 참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사면심사위 회의록은 5년간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2008년 사면심사위가 생긴 이후에도 이명박정부에서 이뤄진 사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7. 몇 번까지 받을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특별사면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특별사면과 관련한 규정 중에 한 사람이 사면받을 수 있는 횟수에 관련한 내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이 한 정부에서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역대 정부에서 모두 세 차례 사면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동진 전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각각 두 차례 사면됐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이론적으로는 한 사람이 수차례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특별사면을 받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8. 특별사면 로비 관련 처벌 사례는

과거 특별사면 청탁으로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있었다. 박양수 전 의원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감된 정국교 전 의원이 광복절 특사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2010년 정 전 의원의 형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2012년 기소됐다. 박 전 의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정 전 의원은 결국 특사를 받지 못했다. 김태랑 전 의원도 전직 군수에게서 특사로 석방되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사업가 이모 씨로부터 2008∼2010년 특사 청탁과 함께 21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허위학력 논란을 빚었던 신정아 씨도 2006년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측으로부터 특사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9. 19대 국회 발의 개선안은

19대 국회 들어 총 11건의 특별사면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본회의에도 오르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특히 2013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실시한 특사가 ‘셀프사면’ 논란을 야기한 뒤 10건의 법 개정안이 무더기로 제출된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개정안들은 크게 대기업 총수, 대통령 친·인척 및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 등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특사 대상자 제한과 국회의 동의 내지 의견 청취, 사면심사위의 지위와 구성 및 심사내용 공개 등 절차적 제한을 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10. 외국에서는 어떻게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특별사면이 매우 예외적인 경우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테러범, 부정부패 공직자, 선거사범 등의 사면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독일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난 경우에만 사면이 허용된다. 이 때문에 독일은 2차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사면이 단 4회만 실시됐다. 영국은 왕실에서 사면권을 행사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2013년 컴퓨터 과학자이자 수학자인 앨런 튜링이 사후 59년 만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특별사면권에 따라 동성애 죄를 공식 사면받았다. 한편 미국의 경우 실형 선고자는 석방 후 5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확정일로부터 5년 이후 각각 사면과 복권이 가능하다.

정철순·이후연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