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체 ‘뼈대 전쟁’… “플랫폼이 튼튼하고 균형 잡혀야 좋은 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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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플랫폼으로 여러 차종 제작… ‘공용화’로 개발비 절감 효과

폭스바겐 ‘MQB’ 全차종 적용… 토요타 ‘일체화된 모듈’ 개발

현대·기아차, 6개 플랫폼 사용… 쌍용차, 충돌 안전성 향상시켜

‘기초가 튼튼해야 훌륭한 집이 완성된다’고 하듯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기본 뼈대가 되는 플랫폼(platform)이 튼튼하고 균형 잡혀야 좋은 차가 만들어진다. 하부 차체에 서스펜션(현가장치) 등이 더해지고 넓게는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까지 포함하는 플랫폼은 고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충돌 시 안전성능은 물론 승차감, 조종 안전성, 진동 및 소음, 실내공간 등 차량의 기본 성능을 모두 좌우하는 핵심 부분이다.

최근 폭스바겐을 비롯해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BMW,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차종을 만드는 플랫폼 공용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나의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통상 1000억 원대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한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을 만들 수 있다면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비뿐 아니라 개발기간 역시 단축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왜건, 미니밴 등 다양한 차량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 공용 플랫폼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같은 플랫폼으로 생산된 차량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공용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2012년 한 가지 플랫폼으로 소형에서부터 중형, 대형에도 적용 가능한 차세대 플랫폼 ‘모듈형 가로 매트릭스(MQB)’를 발표해 자동차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MQB는 차량 부품 및 핵심 기술, 생산라인의 표준화를 통해 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였다.

특히 MQB는 엔진을 차량에 고정하는 위치가 통일돼 있어 가솔린과 디젤 등 기존 내연기관뿐 아니라 천연가스(CNG), 액화석유가스(LPG),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현존하는 파워트레인의 90%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골프를 비롯해 폴로, 제타, 비틀, 시로코, 티구안, 파사트, CC 등 다양한 차종들의 신차 개발에 MQB를 적용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세계 1위를 다투는 일본 토요타 역시 ‘토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TNGA)’ 전략을 통해 엔진부와 섀시부 등 주요 부품을 일체화된 모듈로 개발하고 이를 조합해 차량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도입할 예정인 새로운 공용 플랫폼은 파워트레인을 저중심 설계해 승차감과 주행성능, 충돌 시 안전성능 등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는 새 플랫폼을 중형을 시작으로 소형과 대형, 후륜구동(뒷바퀴굴림)차 등에 차례로 적용해 2020년에는 전 세계 판매대수의 절반 정도에 도입할 예정이다.

푸조시트로엥(PSA)도 신형 플랫폼 ‘EMP2’를 활용해 4도어 세단은 물론 스테이션 왜건, 다목적차량(MPV), SUV, 쿠페 등 다양한 차종을 개발 중이다. 차폭은 4가지, 휠베이스(앞·뒷바퀴 간 거리) 5가지, 운전석 2가지 등을 조합할 수 있어 향후 전 세계 판매모델의 50%에 EMP2 플랫폼을 얹을 계획이다.

폭스바겐이나 토요타 등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 차 역시 플랫폼 공용화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중소형과 중대형, 대형, 중형 후륜구동, 소형 상용, 후륜구동 SUV 등 모두 6개의 공용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중소형 플랫폼의 경우 현대차 아반떼와 투싼, 기아차 K3와 스포티지 등의 기본 뼈대가 되고 있으며 중대형 플랫폼은 현대차 쏘나타와 싼타페, 기아차 K5와 쏘렌토 등에 활용된다.

한국지엠은 경형 및 소형 플랫폼 등을 이용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소형 플랫폼의 경우 아베오 세단 및 해치백, 소형 SUV 트랙스 등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에 적용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1월 출시된 소형 SUV 티볼리 개발 과정에서 충돌 안전성 등을 끌어올린 신형 플랫폼을 개발해 향후 개발 신차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