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작은 도시들 ‘이색 실험’>길거리 ‘연대 냉장고’ 선풍

스페인 소도시 갈다카오
먹지않은 음식 나눠사용
쓰레기 줄이고 환경보호

스페인 북서부의 한 소도시가 일명 ‘연대 냉장고(Solidarity Fridge)’프로젝트로 선풍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5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빌바오 인근의 소도시 갈다카오는 지난 5월부터 약 3만 명의 시민 누구나 먹지 않은 음식물을 놓아 둘 수 있는 ‘연대 냉장고’를 시내 곳곳에 설치해 쓰레기를 줄이고 나눔과 환경보호도 실천하는 1석3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연대 냉장고’의 개념은 간단하다. 가정에서 먹고 남거나 먹지 않은 음식, 레스토랑이나 제과점에서 만들어 놓고 팔지 못한 음식, 아직 먹을 만한데도 하루를 넘겼다는 이유로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들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규칙은 있다. 날생선이나 육류, 달걀은 금지고,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은 케이스에 제조날짜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가공식품은 유통기한을 넘으면 안 된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알바로 사이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많은 식재료가 버려진 슈퍼마켓 쓰레기통들을 보면서 저 중 하나만이라도 냉장고로 바꾸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며, 결국 시 당국의 협조를 얻어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부자부터 빈민까지 모든 사람이 음식물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연대 냉장고’는 자선이 아니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낭비를 없애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매일 200~300㎏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 국민이 아직도 경제난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음식물을 나눔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디언은 갈다카오 시 당국과 사이스가 이끄는 시민단체에는 ‘연대 냉장고’ 성공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문의전화가 스페인 전국은 물론 멀리 볼리비아에서까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