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산업계 “국민과 약속 어긴 것”

정부가 203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BAU(배출전망치·8억5100만t) 대비 37%로 확정하자 산업계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부문 감축률은 산업부문 BAU 대비 최대 12%까지만 감축하도록 했지만, 산업계는 “산업부문을 낮추더라도 전체 감축목표치가 올라가면 국민경제 차원에서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똑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정부가 신 기후체제(POST 2020) 출범에 선제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결국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신 기후체제 목표치가 공개되자 “당장 산업계의 위축과 대외 경쟁력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정부의 감축목표치가 가장 낮은 14.7%(시나리오 1)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최소 0.22%포인트 하락시켜 경제성장률을 3% 아래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산업계는 정부가 ‘어떤 계획’을 갖고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이 교토의정서 상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도 아닌 데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인 EU와 미국과 다르다는 것이다. 여전히 성장 일로에 있는 한국이 감축목표치를 37%로 정한 것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20%대 이하인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인 데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 업종이 제조업의 주력이기 때문이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국제사회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