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적대적 M&A 등 방어장치 全無 ‘경영권 제한법안’들만 우후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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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제한 규정 강화

외투촉진法개정안 최근 발의

최근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반대 공세로 인해 투기자본의 국내 대기업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방어할 장치는 국내에 전무한 상태다. 정부와 국회는 사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기업 경영권 방어와 관련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5일 국회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법무부는 외부의 적대적 M&A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의 입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외국계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에 대한 공격이 현실화된 만큼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정부에서 법무부는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 적대적 M&A를 사전에 방어하는 장치인 ‘포이즌필’제도를 발의했지만 국회의 반대로 법안 통과에 실패했다.

이후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소액 주주들의 권리 강화를 위한 각종 법안들이 야당을 중심으로 발의됐지만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한 ‘방어 장치’ 제도 도입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국내법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19대 국회에선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가로막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한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중립적으로 해 위원회 독립성을 높인다는 취지이나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가 대주주가 돼 위원회를 좌지우지할 우려도 작지 않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도 발의된 상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한 주주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후보에게 소액주주가 가진 표를 이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해 소액주주도 이사 선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이들 법은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사외이사제 선출의 투명성 확보 등 기업에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경영권 방어 제도는 허용하지 않고 기업 감시나 경영권 간섭과 관련된 법안만 통과시킬 경우 심각한 법적 불균형이 발생해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도 이 점을 우려해 ‘경영권 방어 법안’의 발의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근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포함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방어책 없이 투기자본에 노출된 국내 기업들에게 안전장치가 하나 마련되는 셈이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경영권 방어 관련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며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명분으로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해외 헤지펀드들의 행태를 주주들은 물론 정치권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