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영업 택시 배후에는… 공무원 있었다

경찰, 성남·수원시청 4명 직무유기혐의 불구속 입건
과징금 처분 등 공문 ‘묵살’… 택시업체에 보내주기까지

경찰이 승차거부와 장기 정차 등 불법 택시를 적발한 뒤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라고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공문을 묵살한 택시행정 담당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택시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경기 성남시청 7급 공무원 김모(47)·황모(46)·이모(54) 씨 등 3명과 수원시청 8급 공무원 김모(42) 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성남시청 공무원들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39회에 걸쳐 불법영업을 한 택시기사 147명에 대해 행정처분(과징금)을 해달라는 공문을 경찰로부터 받았지만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심지어 일부 공무원들은 ‘행정처분을 위해선 해당 택시기사들의 소명을 들어야 한다’며 불법행위를 신고한 택시 승객의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경찰 공문을 관할 택시회사 22곳과 개인택시 조합 1곳에 통째로 보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수원시청 공무원 김 씨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찰로부터 택시기사 86명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공문을 32차례나 받았지만 단 한 건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 제42조 4항에 따르면 ‘택시의 불법행위에 대한 적발통보를 받은 관할 관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30일 이내에 처분하고,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적발 사실을 통보한 관할 관청에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 공무원들은 “업무부담이 과중한 데다 행정조치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대로 뒀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