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에 한국경제 달렸다>日은 직무능력 따라 차이… ‘직능급’ 체계

우리나라는 아직 연공성 높은 임금체계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와 비슷한 체계를 갖고 있던 일본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과·직무 중심의 임금개혁을 이뤄냈다.

19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한국과 일본의 2013년 기준 임금체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연공급(年功給·호봉제), 일본은 직능급(職能給) 중심의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직능급은 경력이나 업무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달리 주는 체계다. 연공급은 근속이나 나이를 기준으로 승급(높은 호봉으로 오르는 것)하고, 고정적인 상여를 지급하는 임금체계다.

일본은 1960년대에 직무급(職務給) 도입을 시도했다. 당시는 일본에서 연공급이 어느 정도 정착된 상황이었다. 직무급은 근속이나 나이 등에 상관없이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임금을 주는 체계다. 가령 A라는 일을 20세가 하든 60세가 하든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능력이 있어도 상위 직무가 비어있지 않아 승진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직무급 도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대신 일본은 임금체계 개편을 포기하지 않고 직무와 분리된 직능급을 개발해 확산시켰다. 19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직능급 역시 연공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싹텄다. 이에 따라 일본은 성과주의 임금제도와 직무급을 확산시키는 등 기업별로 임금체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60년대부터 자리 잡은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혁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으나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실패했다. 앞서 1970년대 일부 기업에서 직무급을 도입했으나 실패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많은 기업이 임금 인상과 국제경쟁 과열, 직원의 고령화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직무급과 연공급을 절충한 일본의 직능급을 국내 여러 기업이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근로자 간 경쟁과 인사 평가를 막으려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로 직능급은 확산되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연봉제와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는 견고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지만(경영학) 연세대 교수는 “현재 성공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이룬 일본도 개편 과정에서 노사정 갈등으로 개편이 지체됐고, 그 결과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홍역을 치렀다”며 “아직 임금개편을 시작도 못 한 우리의 경우는 일본보다 더 긴 기간 저성장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