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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04일(金)
자연은 공짜 아닌 자본… 계산기 두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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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의 산란장소이자 은신처이며, 태풍이 왔을 때 방풍림 역할까지 하는 맹그로브 숲. 문화일보 자료사진
자연이 보내는 손익계산서 / 토니 주니퍼 지음, 강미경 옮김 / 갈라파고스

‘자연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지 마라.’ 과거 생태주의자나 환경운동가의 주문은 대개 이런 것들이었다. 경제적 이익만을 좇는 자본에 의해 파괴되고 훼손되는 환경과 자연에 대한 우려였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 나무를 베거나 강의 물길을 돌리는 등의 환경 훼손이 아무렇지도 않게 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론자들은 자연에는 ‘(돈에 비해)더 가치가 높은 무엇’이 있다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호가 달라졌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이 앞장서서 ‘자연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고,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대개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의 혜택을 누리지만, 자연 자원이 고갈되고 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예컨대 오폐수로 물이 오염되면,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많은 돈이 든다. 자연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다는 건 이런 엄청난 비용을 화폐가치로 계산해 그 가치를 지킨다는 것이다. 자연 훼손의 이유가 됐던 ‘경제적 효과’가 이제 환경 보호의 당위성을 지탱하는 논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을 전환하자 자연이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는 자연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 환경 관련 논의의 주축이 됐던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문제를 넘어서 ‘자연의 모든 순환’으로 관심이 확대된 것이다. 이 책은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화폐 가치로 바꿔내는 얘기이자, 자연에서 얼마나 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는지, 또 환경을 훼손하면 얼마만큼의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환경의 경제적 가치를 드러내는 실증적인 수많은 예를 제시한다. 책에 등장하는 인도독수리의 예를 보자. 한때 인도에는 4000만 마리의 독수리가 서식했다. 독수리는 매년 120만t에 이르는 가축의 사체를 먹어치웠다. 그런데 가축과 물소에 주사하는 소염제로 떼죽음을 당했다. 가축 사체에 남아있던 소염제의 잔류물은 독수리에게 치명적이었다. 그 결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들개가 광견병을 옮겨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과정에서 인도 경제가 치른 대가는 340억 달러에 달했다.

1950년대 후반 중국에서 ‘대약진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해충 구제작업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명령으로 곡식을 먹어대는 참새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상하이(上海)에서만 136만7440마리의 참새를 잡았다. 그 결과 메뚜기 같은 해충이 창궐해 밭을 약탈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굶주려 죽었다.

저자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토양과 햇볕, 물, 공기 같은 자연의 근본요소부터 과소비되는 바다, 산호초와 맹그로브숲의 훼손 등을 두루 살피면서 자연이 주는 혜택과 그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다.

그의 결론은 자연을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효과의 ‘자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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